철지난 ‘전파방지’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에 혈세 108억 증발

해수부·가스·수자원公, 안티드론 108억 발주
예산 절감 위해 값싼 ‘전파 재밍’ 방식 시스템 도입
전문가들 “AI드론 GPS ‘전파방지’로 ‘무력화’ 불가능”
국가테러위원회 “각 기관의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 방식 권고 안해”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양영경 기자] 철지난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에 1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국가 중요시설 안티드론 보완 대책’을 의결한 이후 정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부랴부랴 시스템 도입에 나섰지만, 이들이 구축하는 시스템이 최신 드론 기술에는 ‘무용지물’에 불과한 ‘전파 재밍(Jamming)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파적 재밍기술에 의존한 안티드론 전략은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하드킬·소프트킬 기술을 융합한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2월 이후 ‘안티드론시스템 구축 사업’을 위해 물품·일반용역을 발주한 국가 중요기관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가스공사,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등이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지난해 2월 ‘국가중요시설 안티드론 보완 대책’을 의결하고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을 촉구한 결과다.

이들 기관의 안티드론 발주 금액은 해수부(울산·평택·당진·여수) 50억3400만원, 한국가스공사 41억5900만원, 한국수자원공사 17억원 등 모두 108억9300만원에 달한다.

[조달청 제공]


문제는 이들이 구축하려는 안티드론 시스템이 전통적인 전파 재밍 기술에 의존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전파 재밍 기술은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강력한 방해 전파를 송출해 드론과 지상 조종 장치 간 통신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드론들은 이런 전파 재밍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보완책을 도입하고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가 차단되더라도 자율 비행 모드를 활용해 미리 설정된 좌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AI기반 자율비행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관계 정부 기관들은 여전히 ‘고정형 재머’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1월 20일 올린 발주계획서를 보면 구매물품이 ‘레이더, RF스캐너, 고정형재머’로 명시돼 있다.

고정형 재머를 활용한 드론 무력화 방식을 채택한 건 해수부와 한국수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안티드론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고정형 재머를 활용한 무력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탁태우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정형 재머는 설치된 상황에서 일정 방향과 거리에 대해서만 대응 가능하며 전파로 무력화 하는 건 지형지물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면서 “한계점이나 다양성, 변수에 대비하려면 다양한 대응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재밍에 대비가 안 된 드론은 겨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드론들이 더 많다는 게 문제”라며 “이미 개발된 장비를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관이 ‘예산 절감’을 위해 철지난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기관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토록 한 국가테러대책위원회는 각 기관의 시스템 구축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권고하지 않았다. 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전통적인 전파 재밍 방식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드론업계에서도 “최신 드론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비행, 주파수 호핑(FHSS), 암호화 통신 및 양자 암호화 기법 등을 활용해 기존의 전자전(EW) 기반 대응 수단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혈세 낭비를 막으려면 AI기반 감지 시스템, 포획형 드론, 고출력 에너지 무기 등 최신 기술이 반영된 통합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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