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후설득 나선 경제8단체 “상법개정, 행동주의펀드에 먹잇감 내주는 꼴”

野, 27일 상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예고
경제8단체, 국힘 지도부 찾아 우려 전달
주주소송 남발·미래 먹거리 확보 차질 강조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수용 의사 있어”


지난해 10월 김준만(왼쪽부터)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고은결 기자] 경제계가 국회의 상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공동 행동에 나섰다.

경제8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 부회장들은 26일 오전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 처리를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오는 27일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상태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들을 겨냥한 주주들의 소송이 빗발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령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김창법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과거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신산업 진출 초기엔 영업적자와 주가하락이 수반된다”며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무서워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결정, 인수합병, 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며 “이 시기에 이사들이 신속한 경영판단을 못한다면 구조조정과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져 기업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 이후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도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2016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게 설비투자 예산의 75% 수준인 30조원 주주환원을 요구한 사례나 2018년 현대차에 순이익의 4배 수준인 8조원 주주환원을 요구한 사례처럼 과도한 경영 개입을 더욱 빈번하게 목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법인 중 95%가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며 상장사는 2600여개로 약 0.25%에 불과하다”며 “중견기업에 진입한 중소기업 수도 2017년 313개사에서 2022년 87개사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까지 도입하면 과연 어떤 기업인이 성장하고 상장할 생각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상법 개정은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의 활력이 둔화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해 국민경제도 함께 어려워지는 ‘코리아 밸류다운’이 초래될 것”이라며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는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핀셋 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회장도 “합병비율의 산정방식 개선 등 구체적인 문제 사례별로 핀셋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밸류업의 목적에 부합하며 부작용도 적다”며 “경제계도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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