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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는 야구의 상식을 바꾼 선수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처럼 공을 던지고, 타석에서는 중심타자처럼 상대 투수를 압박한다. 한 선수가 경기의 두 축을 동시에 책임지는 장면은 이제 오타니를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이미지가 됐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지금 마주한 질문은 조금 다르다. 오타니가 같은 경기에서 던지고 칠 수 있느냐가 아니다. 그 질문에는 이미 현대 야구 역사상 누구보다 확실한 답을 내놓았다. 이제 다저스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그에게 매번 같은 날 투수와 타자의 역할을 모두 맡기는 것이 정말 최선이냐는 것이다.
올 시즌 초반 숫자는 이 논쟁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오타니는 마운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 다섯 차례 선발 등판에서 3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60, 탈삼진 34개, 볼넷 9개를 기록했다. 허용한 자책점은 단 2점뿐이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복귀 성공을 넘어,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처럼 보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반면 타석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방망이가 완전히 식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타니 기준’으로는 평소보다 조용한 출발이다. 올 시즌 초반 그는 타율 0.240, 출루율 0.382, 장타율 0.432, 오피에스 0.814를 기록 중이다. 통산 오피에스가 0.950을 넘는 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다소 인간적인 숫자다.
바로 이 대비가 더 복잡한 질문을 만든다. 투구가 오타니의 타격을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방망이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빼앗아 간다면, 다저스가 고민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다저스의 선택이 눈길을 끈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선발 등판한 첫 다섯 경기 중 두 경기에서 그를 타순에 넣지 않았다. 이어 5월 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등판 때도 그를 타순에서 제외하기로 하며, 등판일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던지는 날에는 아예 방망이를 쉬게 하는 선택지를 열어둔 것이다.
물론 오타니의 가치는 투타 겸업에서 나온다. 같은 경기에서 100마일에 가까운 공을 던지고, 몇 이닝 뒤 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노리는 선수는 야구 역사에 거의 없었다. 설령 던지는 날 방망이 성적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가 한 경기 안에서 만들어내는 전체 가치는 여전히 특별하다.
하지만 다저스의 목표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우승이라면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선발투수로 6이닝을 던지는 일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기 전 준비와 상대 타자 분석, 이닝 사이 회복, 투구 수 관리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 부담 위에 타석까지 더해진다면, 아무리 오타니라도 몸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오타니가 둘 다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다저스가 원하는 것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오타니’가 아니라 ‘가장 강한 오타니’라면, 에이스 오타니와 거포 오타니를 반드시 같은 경기에서 동시에 꺼내야 한다는 생각부터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성급한 결론은 위험하다. 시즌 초반 표본은 아직 작고, 타격 성적이 투구 때문인지 단순한 타격 사이클 때문인지, 또는 상대 투수들의 공략 변화 때문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오타니는 워낙 예외적인 선수라 일반적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다저스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오타니를 매번 같은 방식으로 쓰지 않고, 등판일에는 타격을 쉬게 하는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 이는 다저스가 단순히 “오타니니까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특별함을 어떻게 관리해야 가장 오래, 가장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다저스가 찾아야 할 답은 오타니에게서 하나를 빼앗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두 명의 오타니를 더 오래, 더 강하게 쓰는 방법을 찾는 일에 가깝다.
던지는 날의 오타니와 치는 날의 오타니. 다저스가 그 둘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올 시즌 오타니의 역사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이윤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