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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법학·윤리학 석좌교수로서, 현재 생존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역량접근법(Capabilities Approach)’을 발전시켜 나갔다.
누스바움은 자신의 저서 ‘역량의 창조’에서 인도의 가난한 30대 여성 바산티가 가정폭력과 이혼 등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와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살피면서, 최소한의 정의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저 수준의 10대 핵심 역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10가지 목록에는 생명, 신체적 건강, 신체적 완전성, 감각·상상력·사고, 감정, 실천이성, 소속, 다른 종, 놀이, 자기 환경에 대한 통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 목록은 본래 인간을 위한 국제개발 기구의 지침으로 개발된 것이었지만, 누스바움은 이후 이 목록을 동물의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보완·발전시킨다.
누스바움은 그녀의 저서 ‘동물을 위한 정의’에서 인간 세상에서의 역량접근법을 동물 정의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오늘날 동물의 번영하려는 노력이 대부분 인간의 고의적이고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좌절되고 있고, 이러한 번영하려는 노력을 부당하게 좌절시키는 것이 불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누스바움은 ‘역량의 창조’에서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동물을 위한 정의’에서는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데, 결국 역량접근법을 통하여 사람과 동물이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얼핏 이러한 사회는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반려견 놀이터나 산책로 등을 설치하여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지차체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말 향후 5년간 적용될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립·추진하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 2029)’은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계획으로, “사람과 동물이 다 함께 행복한 동물복지 선진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직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이지만 현재 우리 국민의 동물에 대한 인식과 정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등을 볼 때, 이른 시일 내 목적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이에 맞추어 제3차 종합계획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한 동물 ‘보호’에서 적극적 ‘복지’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동물사육금지제도 도입, 생산·판매 등 동물영업 관리 강화, 유기 동물 입양 활성화, 동물복지법으로의 법체계 개편 등의 세부 과제들이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의 관심이 반려동물 이외에도 농장 동물, 실험동물, 동물원동물, 야생동물 등으로 확장될 때, 누스바움이 말하는 ‘동물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다 함께 행복한 동물복지 선진국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태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