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여성 최초 몸짱소방관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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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몸짱소방관 희망나눔달력에 나온 천현영 소방관. [본인 제공]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구급 출동! 동대문구 이문동, 동대문구 이문동!”
인터뷰가 잠시 멈췄다. 천현영 소방교(46)는 방송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도 노트북 타이핑을 멈추고 귀를 열었다. 긴급 출동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인터뷰는 이내 다시 시작됐다. 소방관과의 인터뷰는 이처럼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천 소방교는 서울 성북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1팀에 소속된 소방관이다. 화재, 교통사고 등 관내에서 사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진압대원이다. 군인으로 따지면 첨병에 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천 소방교는 몇 안 되는 여성 진압대원이다. 행정 업무나 구급대원 중에는 여성 대원이 적지 않지만 진압대원 중에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남성도 힘들다는 진압대원 임무를 5년째 하는 중이다.
천 소방교는 “지난 2018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처음 4년간 화재 진화를 담당하다 이후 2년간 통신요원으로 화재 현장 통신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았다”며 “다시 화재 진화 업무를 하고 싶어 지원했고 올해 1월부터 화재진압팀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이라고 해서 몸집이 크고 힘이 셀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천 소방교는 평범한 성인 여성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을 갖고 있다. 사실 사복을 입고 있었다면 소방관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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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영 소방교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소방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화재진압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하지만 천 소방교는 꾸준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는 천생 소방관이다. 천 소방교는 “소방관은 업무상 체력이 필수인 직업이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주로 달리기를 했는데 지금은 달리기에 헬스, 수영, 주짓수 등 다양한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운동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하는 습관 같은 행동이지만 천 소방교가 유명해진 건 지난 2023년 몸짱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여성 소방관 최초로 출전해 우수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천 소방교는 대회 출전을 위해 약 4개월간 운동과 식단관리를 하며 처절하게 몸을 만들었다. 천 소방교는 “처음에는 남성 소방관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대회를 통해 저소득층 화상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 자꾸 관심이 갔다”며 “세상일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했더니 내가 맘 먹은 대로 내 몸이 변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천 소방교는 지난 2024년도 ‘몸짱소방관 희망나눔달력’ 11월 화보 모델에 선정됐다. 이 달력의 판매 금액 약 8000만원은 저소득층 화상 환자들의 치료비를 위해 전달됐다.
남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껴 소방관이 된 천 소방교지만 소방관까지 오는 길은 직선 길이 아닌 굽은 길이었다. 천 소방교는 원래 10년간 일반 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일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천 소방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 우연히 초등학생 때 쓴 일기장에서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글을 발견하게 됐다”며 “평소 남을 돕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 왔기에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들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소방공무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 예상하듯 부모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꾸준하게 진심을 다해 설득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소방 공무원에 합격했다.
천 소방교는 “사실 한 번에 붙을 수 있을 거라는 뭔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는데 처음에 떨어지고 나니 더 간절함이 생겼던 거 같다”며 “다시 도전해 붙은 만큼 더 소중하게 이 직업을 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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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영 소방교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소방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천 소방교는 소방관에 대해 달라진 시선을 느끼며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천 소방교는 “예전에는 현장에 나가면 ‘여자가 삽질이나 할 수 있겠냐’며 무시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요새는 ‘너무 멋있어요, 소방관님’ 하며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아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소방관을 꿈꾸는 미래의 소방관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천 소방교는 “소방관은 남을 돕는 사람이다. 때론 다른 사람을 대신해 희생도 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소방관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직업이다. 너무 어려서 시작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탄탄하게 만든 다음에 도전하면 더 훌륭한 소방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