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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알래스카 남부 항구도시인 밸디즈 인근에 설치된 알래스카 종단 원유 수송관.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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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탈(脫)석탄 추세에 발맞춰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가 석탄의 공백을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탄소 배출이 60%나 적은 천연가스로 가동되는 가스터빈으로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려 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를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들이 LNG 수요 증가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LNG 거래업체 쉘(Shell)은 지난 2월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LNG 수요가 60% 급증하리라 예측했다. 인도와 중국 등 성장이 가파른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강력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다. 러시아 천연가스(PNG)에 대한 의존을 대폭 줄인 유럽의 수요도 계속될 거란 전망도 곁들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력 생산, 에너지 안보, 수송 등의 분야에 있어 LNG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바, 주요 특징과 관련 프로젝트를 분석해 본다.
미국, 2023년부터 LNG 수출국으로 자리 잡아
미국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LNG 수출량은 2016년 76만여 톤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023년 9120만 톤까지 수출이 늘면서 호주와 카타르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 수출국의 입지를 다졌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4년에도 8830만톤의 LNG를 수출해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시추하라, 더 시추하라)’는 구호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채택했다. 화석연료이지만 LNG산업이 트럼프 2기 최대 수혜 사업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LNG산업 활성화가 미국 경제에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LNG 수출 허가 재개를 지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LNG 수출이 환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신규 허가를 중단한 바 있다. 현재 네덜란드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LNG의 주요 구매자로 나섰다. 일본과 인도는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LNG를 더 많이 구매하겠다고 공언했다. S&P 글로벌은 2028년 미국의 석유 생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며 LNG 수출도 더욱 중요해질 거라 전망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8개의 LNG 터미널이 운영 중이다. 3개의 터미널이 추가로 건설 중이며 여러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있다.
60여년전 메탄 파이오니어를 통해 루이지애나에서 영국으로 세계 최초 LNG 수출이 이루어졌다.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영하 256도까지 냉각해 액체로 전환하는 대규모 공정을 개발했다. 가스를 액화하면 연료가 차지하는 공간이 600배로 줄어든다. 미국은 1970년대 아시아 공급업체에 빠르게 추월당했다. 이후 UAE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와 호주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내 그들이 세계 수출 수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뒤처졌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에너지 수입국으로 LNG도 엄청나게 수입했다. 도이치 뱅크는 미국이 2015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것이란 정반대의 예측까지 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셰일 혁명이 이 모든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셰일 혁명은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게 됐다. 셰일 혁명의 결과 미국은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이 되었다. 에너지 무역 적자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탄소중립과 그 가교로서 LNG의 중요성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에서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모든 에너지를 무탄소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2021년 재생에너지 강국 유럽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자국산 천연가스를 무기로 서방에 맞섰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 에너지 문제로 휘청거렸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이나 환경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이를 감안해 원전과 함께 녹색산업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LNG가 포함됐다.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에 원전, LNG가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무탄소에너지로 대별되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원자력에너지는 경직성(충분하지 못한 유연성)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스템은 해가 있거나 바람이 불 때만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는 햇빛의 양과 풍속을 통제할 수 없다. 날씨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상하는 게 어렵다. 원전은 가동과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린다. 이에 반해 LNG는 유연성 전원으로 기민한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 탈탄소 가스발전 기술의 진전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돼야 하며 LNG 발전이 한 축이어야 한다. 발전 부문에서의 천연가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인데,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 세계 천연가스 발전량이 발전설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LNG는 블루수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LNG 같은 화석연료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를 포집해 제거한 연료가 블루수소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전략적으로 조합하면 단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에 따라 청정 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선박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LNG연료 선박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 증대는 LNG 벙커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LNG벙커링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선박이다. 울산 항만공사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벙커링 사업을 확대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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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기 속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은 적절한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연두교서에서 알래스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한 천연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한국과 일본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40년 전 전두환 정부에서부터 미국이 요청한 사업으로 우리 정부가 수차례 거절한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사업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알래스카 북부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1,300㎞ 가스관 건설과 액화 터미널 구축을 포함하는 대형 LNG 개발사업(투자비, 450억-650억 달러)으로 LNG를 해외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해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진 상태로 정부는 프로젝트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알래스카 남쪽까지 가스관을 1300㎞ 이상 끌고 내려와야 하고,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붙어 공사 진척이 지난한 사업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알래스카 LNG 개발에 참여를 열어 놓고 있지만 민간 기업은 신중한 모습이다. 일본 정부의 관심 표명에 이어 대만이 지난달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台灣中油)는 지난달 20일 타이베이에서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와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대만중유공사는 향후 개발될 알래스카 가스를 LNG 형태로 도입하고, 관련 개발 인프라 건설 과정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동아시아의 주요 가스 수입국·지역 중 일본과 대만이 잇따라 사업 참여를 선언했거나, 열린 태도를 표명함에 따라 미국이 잠재 고객으로 여기는 한국을 상대로 더욱 강하게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몫의 LNG 인도까지는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고 있어 향후 사업 번복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에너지 가격 변화에 따라 프로젝트의 사업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미국 석유가스 기업 코노코필립스는 2011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서 손을 뗐다. 오하이오에서 텍사스까지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100만BTU(열량단위)당 13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이 3.5달러까지 떨어진 영향이 컸다. 단독으로 연방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낸 엑손모빌도 2016년 사업에서 철수했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짧은 운송거리로 수입할 수 있어 수입단가를 크게 낮출 기회는 될 수 있으나 이 혜택만으로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무리란 평가가 많다. 업스림 리스크가 매우 커 철강, 조선이나 물류비용의 혜택으로 커버하기에는 큰 부담으로 손해 볼 사업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메킨지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혹평한 바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는 단순히 사업성 외에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사업에 직접 참가하겠다고 즉답을 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LNG 수입을 늘리고 정부는 열린 반응을 보이고 민간에서 신중히 검토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2023년 7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인 ‘코브 포인트(Cove Point)’ 지분 50%를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워런 버핏의 과감한 행동이었다. 코브 포인트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LNG 수출입 저장시설로 미국 6대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다. 당시 친환경 넷제로(Net-Zero) 시대가 화두인 상황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늘 것이라고 본 버핏의 혜안은 칭찬할 만하다. 그는 LNG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도 그럴까? 심사숙고해 볼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