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기상캐스터, 근로자 아니다”
프리랜서인데도 기상캐스터 간 서열, 위계질서
MBC 직원 51% “괴롭힘 경험하거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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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오요안나. [고 오요안나 SNS]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MBC(문화방송) 내부에서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과 갑질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MBC 기상캐스터 업무 특성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고용부는 “MBC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확인했다”며 개선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서 지난 2월 1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부터 MBC 보도국 기상팀에서 활동한 고인은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유족은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MBC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단순한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괴롭힘 행위를 반복해서 당했다.
실제 고인이 MBC를 대표해 유명 예능프로인 ‘유퀴즈’에 출연하게 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행위가 이뤄졌지만, 고용부는 “고인이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 ̄3년 이내의 사회 초년생이고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컸고,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화방송 기상캐스터가 각각의 독립성·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당사자들 간에 선·후배 관계로 표현되는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부는 기상캐스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다.
고용부는 고인을 비롯한 MBC 기상캐스터가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에는 문화방송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당직, 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가입하고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했고 그 수입이 전액 기상캐스터에게 귀속되는 점 ▷기상정보 확인, 원고 및 CG 초안 작성 등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 ▷취업규칙·복무규정 적용을 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방송 시작 2 ̄3시간 전 자유롭게 출근하고 방송이 종료되면 별도 절차 없이 자유롭게 퇴근한 점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도 없으며, 기상캐스터 간 상호 조율을 통해 업무 대체 후 휴가를 실시하고, 방송 출연 의상비를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불한 점 등을 그 근거로 설명했다.
고용부가 MBC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직원의 과반은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실제 고용부는 감독 기간 중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해 총 17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한 252명 중 115명(응답자의 51%)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입직 경로에 따른 부당한 대우, 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정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 욕설하지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 ▷직장동료와 러브샷 요구, 옷차림과 외모 지적하며 신고하지 말라는 비꼬는 말투 ▷남녀 동료끼리 커플로 엮으려고 하는 등 사적인 농담으로 이상한 분위기 조성 ▷부서 내에서 정규직임에도 입사 시 계약직인 점 때문에 신입 사원보다 못한 처우를 하고 외주사 직원과 동일시하며 모멸감을 준 사실 등도 드러났다.
MBC가 기타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고용부는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연차휴급 과소 부여, 휴일근로 수당 체불, 퇴직연금 과소납부, 배우자출산휴가 미부여, 변경 취업규칙 미신고 등 총 1억8400만원(691명)의 임금체불을 포함해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해 즉시 범죄인지(4건)하고 과태료(2건, 1540만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고용부는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그간의 지속적인 방송사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므로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