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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항상 뜨겁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주주 수가 약 567만명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국민주라고도 불린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목표도 삼성의 성장 없이는 어렵다고 평가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든 언론사의 경제부나 산업부는 삼성을 출입한다. 아예 삼성전자팀이 있는 곳도 있다.
문제는 취재 의욕만큼 정보가 충분히 흘러나오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본 삼성은 강박관념이라고 느낄 정도로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하는데 있어 극도로 신중하다. 매일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정보에 목마를 것이다.
오랜 기간 법원의 언론 전담 재판부 조정위원을 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과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도 했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처남도 기자이니 법조인치고는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지만,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을 맡았을 때 언론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가 고민됐다. 경험상 두 가지 원칙을 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첫째는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배려한다’이다. 첫 위원회에 출석하는 날, 추운 겨울바람을 맞아가며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몇 시간째 서 있던 아들 딸 같은 어린 기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평소 로스쿨 학생들에게 “법조의 어떤 직역에 있든지 항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대했을까를 생각하라”고 강의했다. 건물 보안 때문에 외부인을 장시간 안에서 대기하게 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듣고 기자단에게 약속했다. 도착하는 시간을 미리 공지할테니 정해진 시간에 만나서 소통하자고 했다. 짧은 시간이니 건물 관리에 부담되지 않으면서, 기자들 역시 시간도 아끼고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으니 서로 좋았다.
둘째는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한다’이다. 복불복처럼 우연히 통화가 되면 마치 인터뷰를 한 것처럼 기사화되고, 다른 기자는 중요한 정보를 놓친 것처럼 된다. 이를 피하고자 시작한 것이 위원회 출석 전 입구에서 기자들과의 소통의 시간이다. 현장에 오면 누구든지 공평하게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정보를 가지고 기자들을 관리하는 악습도 없고, 팩트체크 없이 추측이나 일방적 시각에 치우친 기사가 나와도 전혀 동요하지 않게 됐다.
요즘 기자가 너무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정치와 연예 분야는 전문성을 검증하기 어려워서인지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 자칭 기자들이 넘친다. 기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사실확인 없이 쉽게 머리로만 기사를 쓰는 기자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언론은 외부의 인위적인 개혁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 자정해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 번거롭지만 약속된 현장에 와서 직접 소통하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입 기자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 글로 표현한다. 앞으로도 소통은 배려 속에서 공정하게 계속될 것임을 약속한다.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