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에너지·교통인프라 3박자 갖춰”
“인허가·노무·세무·정착 등 원스톱 지원”
“한국 기업 ‘넥스트 인디아’ 전략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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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방문한 인도 차티스가르(Chattisgarh) 주정부 비슈누 데오 사이(Vishnu Deo Sai) 주총리가 8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 주의 비슈누 데오 사이(Vishnu Deo Sai) 주총리(Chief Minister)가 한국 기업들을 향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이 주총리는 방한 기간 중인 지난 8월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차티스가르가 한국 기업의 ‘넥스트 인디아’ 전략에 가장 확실한 해답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티스가르 주는 현재 약 93조 원 규모의 주내총생산(GDP)을 2047년까지 1100조 원으로 12배 가까이 성장시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인도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비전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Viksit Bharat 2047)’과 궤를 같이한다. 주정부는 ‘신산업정책 2024-2030’을 통해 ▲고용 연계 보조금 ▲기술 교육 지원 ▲디지털 통합 인허가 시스템(단일 창구 2.0) ▲최대 35%의 보조금 확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 주총리에게 차티스가르의 비전을 들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사이 주총리는 차티스가르의 가장 본질적인 강점부터 꺼내 들었다. 핵심은 ‘원자재와 에너지의 내재화’다.
“많은 주들이 항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땅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공장을 어떻게 24시간 돌릴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의 말처럼 차티스가르는 인도 철광석과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료)의 핵심 생산지다. 특히 인도에서 몇 안 되는 ‘전력 흑자 주(Power Surplus State)’라는 점은 화룡점정이다. 주 내 총 전력 설비 용량은 1만4000MW를 넘어서며, 특히 코르바(Korba) 지역은 ‘인도의 전력 수도’로 불릴 만큼 발전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현재는 석탄 발전 비중이 높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설비를 3000MW까지 늘리는 등 에너지 전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각해 보십시오. 원료를 다른 곳에서 운송해 올 필요가 없습니다. 전력 부족으로 공장을 멈출 걱정도 없습니다. 이는 곧바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제철, 비철금속,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 소재 기업에게 차티스가르는 기회의 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도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도 연결된다. 항구 중심의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한 구자라트나, 풍부한 광물 자원을 항구와 연계한 오디샤와는 결이 다르다. 구자라트가 ‘가장 빠르게 수출하는 길’을, 오디샤가 ‘최고의 원료를 확보하는 길’을 제시한다면, 차티스가르는 ‘가장 싸게 생산하여 거대한 인도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길’을 제시하는 셈이다. 최근 중앙정부는 차티스가르 내 4개 주요 국도 개발에 1조 1000억 루피(약 16조 원)를 승인하며 인프라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도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차티스가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가 인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입니다. 우리 주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과 주석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차세대 제철소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철광석과 에너지 비용입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는 두 기업의 투자가 아직은 차티스가르로 향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인도의 제조업 공급망이 ‘효율성’과 ‘원가’ 중심으로 재편될 때 차티스가르가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복잡한 행정, 불투명한 규제 등 소위 ‘인도의 벽’ 앞에서 좌절을 맛보곤 한다. 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묻자, 사이 주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신산업정책 2024-30’의 핵심인 ‘단일 창구 시스템 2.0’을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십 개 부처를 찾아다니며 인허가를 받는 데 지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투자자가 오직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가 설명한 ‘단일 창구 2.0’은 단순한 민원 창구가 아니었다. 투자자가 온라인 포털에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 주정부가 지정한 ‘전담 매니저’가 MOU 체결부터 공장 가동까지 모든 인허가 과정을 책임지고 대행하는 시스템이다.
“거북이 같던 행정 절차는 ‘신속 처리’로, 복잡한 세무와 노무 규제는 ‘전담 컨설팅’으로, 불안정한 인프라 문제는 ‘최우선 보장’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의 안정적인 전력망은 그 어떤 약속보다 확실한 보증수표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차티스가르주는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PLI(생산연계 인센티브) 외에 주정부의 지원까지 추가로 제공한다. 인도 비즈니스의 가장 큰 고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인도의 쌀 그릇’으로 불릴 만큼 전통적인 농업 강자인 차티스가르는 이제 제조업을 넘어 IT, 관광, 식품 가공 등 다양한 분야로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37㎢ 규모의 신라이푸르(Naya Raipur) 스마트시티에는 이미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공장 등이 들어서며 첨단 산업의 요람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이 주총리의 이번 방한 목적도 제조업의 글로벌 리더인 한국과 협력하는 데 있다.
그는 차티스가르가 집중 육성할 핵심 산업으로 전자, 항공우주·방위, 제약, 식품 가공, 그린 에너지 등을 꼽았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분야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광업·농업 중심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전자 산업을 유망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한국은 이미 전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국입니다. 이는 차티스가르를 인도의 전자산업 허브로 만들려는 저희 목표에 딱 맞습니다. (차티스가르는) 제조비용도 합리적이고, 숙련된 인력도 있으며, 전자·IT서비스 산업을 위한 인프라, 즉 바로 가동할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 기반도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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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슈누 데오 사이 주총리는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의 차티스가르 투자가 한국과 인도 양국 경제의 동반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섭 기자 |
인터뷰를 마치며 사이 주총리는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차티스가르의 불교 유적지 시르푸르(Sirpur)는 양국을 잇는 정신적 연결고리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도의 벽’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그 벽을 허물고 ‘성공의 문’을 활짝 열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