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반년 앞으로…걱정말라는 정부, 막막한 중소기업

중기업계, 노조법 간담회서 우려 쏟아내
사용자 범위 불명확·교섭력 보완책 필요
노사 ‘힘의 불균형’ 초래…파업 횡행 우려
정부선 “과도한 불안…매뉴얼 보완할 것”


노란봉투법의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자동차 공장의 쟁의 모습. [헤럴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내년 3월 시행이 채 반년도 남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이 법을 두고 중소기업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말한다. 기업 활동에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중소기업인들의 우려를 ‘과도한 불안’이라고 말한다. 내년 법 시행 이전까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함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22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 중소기업계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중소기업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IT, 정보통신, 선박제조, 자동차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협단체와 협동조합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게임개발사인 컴투스 의장을 맡고 있는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개정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벤처·스타트업은 노사분쟁 대응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선박제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명진 메인비즈협회장은 “복잡한 계약구조를 가진 서비스기업의 경우 사용자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 매뉴얼 제작 과정에서 이러한 업종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언했다.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청-노조 교섭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교섭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참석자는 산업 현장에서의 대응력 강화를 위해 일정 기간이라도 법 시행을 유예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에 한성숙 장관은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제도의 불확실성을 줄여 기업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개선이 선순환을 이뤄 우리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개정된 노조법이 낯설 수 있고 현장에서 불안감을 느끼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매뉴얼에 반영하고 획기적 보완책을 모색해 노조법 개정안이 산업 생태계의 신기능으로 작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노란봉투법의 근본적인 우려는 여전하다. 산업 현장은 물론 일반 국민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노사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0.9%는 ‘파업 횟수와 기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같은 우려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초래돼 불법 파업이 횡행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손해배상의 면책 범위가 확대되면 쟁의 합법·불법 기준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장 불법 점거, 폭력을 수반한 파업도 기업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입을 모은다.

불법쟁의에 맞선 기업들의 대응책이었던 ‘손배·가압류’가 역으로 노조 측의 교섭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럴 경우 중소·영세기업은 대규모 파업이나 점거에 대응할 방법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전가된다. 투자 위축은 물론, 생산 차질로 인한 기업 존폐까지도 걱정해야할 판이다. 특히 노사갈등에서 노조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커질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외면할 우려도 크다.

결국 이런 우려들이 기우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가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세밀한 법 시행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야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의 교섭 책임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매뉴얼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고용노동부가 TF 등을 통해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매뉴얼이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를 낮추고 사용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이 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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