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자수수료 100배 인상 후폭풍
캐나다, 유럽이어 UAE·사우디 등 중동국도
고품질 인프라, 고액보상, 세제혜택 총동원
이스라엘-하마스, 이란 분쟁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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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문 인력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모습을 구현한 모습. [챗GPT로 구현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세계 각국이 인재 쟁탈전에 나선 가운데 중동이 각광받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있던 인재들을 자국으로 유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으나, 중동이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은 중동은 고품질 인프라와 고액 보상, 세제 혜택을 무기로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주요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국부펀드, 글로벌 사모펀드, 미국 빅테크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불확실성 속에 해외 전문 인력을 흡수하려는 다른 지역들을 제치고 중동이 우위를 점하게 할 수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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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이자 사우디 외무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실제로 투자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아랍에미리트(UAE)의 ‘국가 AI 전략’ 등 정부 주도의 기술 중심 국가 전략과 더불어 장기 숙련 인력용 골든비자, 규제 완화, 기업가 지원 인센티브 등 친기업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사나라 캐피털의 프란체스코 필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국가들, 특히 사우디는 실리콘밸리의 최고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수준의 보상, 세금 친화적인 환경, 대규모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중동으로 기술 전문가들을 이끌고 있다”며, “걸프 지역은 고품질 인프라와 아시아의 다양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국제적 생활환경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H-1B 신청서당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계획의 구체적 내용은 불투명하지만,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기술 인재 확보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달마 캐피털의 자카리 세파라티 회장은 CNBC에 “UAE의 기술 기업들은 외국 최고 인재 채용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이 큰 장점이라고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외국 인력 제한이 강화될수록 UAE의 인재 허브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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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현지시간) 샤르자 에미리트에서 열린 시계 및 주얼리 중동 쇼에서 보석상이 황금 목걸이와 이 외 액세서리를 선보이고 있다. [AFP] |
중동 외에도 영국과 유럽 국가들도 H-1B 비자의 수수료 인상을 인재 유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수 전문직을 대상으로 일부 비자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지난 27일 미국의 외국인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을 인재 유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책 지원과 자금력, 이민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으로 핵심 인재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밀트러스트 인터내셔널 그룹의 사이먼 홉킨스 CEO는 “UAE에선 재능 있는 사람들이 환영받는다”며 “미국과 영국은 잘못된 이민 정책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불법 이민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지 경제적 기여자를 내쫓아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재 이동성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국가인 UAE의 경우 15년 전까지만 해도 석유·가스 산업 외에는 인재를 붙잡지 못했지만, 현재는 영국과 미국에 맞설 상업·금융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UAE는 창작자·프리랜서·자영업자 등을 위한 다양한 비자 옵션과 고용주와 무관한 10년 거주 조건의 골든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위오은행의 아미나 타허 최고마케팅책임자는 “UAE가 차별화되는 점은 야심과 인프라를 결합해 혁신이 빠르게 자리 잡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능력”이라며 “점점 더 많은 기술·핀테크 인재들이 중동을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실제로 성장하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4월 ‘국가 기술 플랫폼’을 발표하며 AI·자동화 시대의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력 훈련과 개발 강화에 나섰다.
필리아 CEO는 “사우디의 미래형 도시 네옴, UAE의 AI 기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기술 전문가들에게 독보적인 대규모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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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의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AFP] |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H-1B 신청 수수료가 인상했어도 미국에서의 모든 인재가 UAE와 사우디로 몰리지는 않을 수도 있다.
CNB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카타르 등이 전쟁 여파에 휘말리면서 지역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올여름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교전을 벌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건너편에 위치한 UAE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다시 부각됐다”고 짚었다.
인력파견 업체 맨파워그룹의 영국법인 마이클 스툴 전무는 CNBC에 “중동 국가 상당수는 시민권 취득 경로가 뚜렷하지 않아 외부인이라는 인식을 벗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