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해외인증 ‘직거래’, 수출기업에 큰 도움 줄 것


브로커는 중개인을 뜻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브로커라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보통 중개인이 많으면 그만큼 비용과 시간 등에서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사자 입장에서 대행서비스는 적고 단순할수록 좋다.

수출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해외여행자에게 비자가 필요하듯 수출기업들에게 수출의 첫 번째 관문은 해당국 인증이다. 당연히 해당국 인증을 받는 절차는 단순할수록 좋다. 하지만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장벽을 치고 있다. 자국 내 현지 기관을 통해서만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인증기관들은 대부분 해외 현지 기관과 협약을 통해 각국 인증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현지 지사를 갖고 있거나 현지 기관과 직접 거래가 가능한 대기업은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국내 기관, 해외 기관을 거쳐 해당국 인증을 받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더 들게 된다.

KTR이 2년 전 폴란드에 GCB(Global Certification Body)를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R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해외인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의 하나로 해외에 직접 종합인증기관 설립을 준비해 왔다. GCB는 2년간의 노력 끝에 기계 분야 CE 인증기관 지정(지정번호 3111번)을 받고, CE인증을 직접 부여하는 EU 공인 인증기관이 됐다. 이에 따라 GCB는 이달 24일, 1호 CE인증서를 발행한다. KTR 뿐만 아니라 국내 시험인증 산업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라 할 수 있다.

CE인증은 유럽연합 시장에 제품을 수출 또는 유통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CE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유럽연합에서 판매할 수 없다. CE마크는 EU는 물론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국가, 동남아, 아프리카,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럽 이외 지역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자체 인증제도가 없는 일부 국가에서는 자격요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GCB는 특히 최근 의료기기 분야 인증기관 지정을 위한 EU의 현장 평가를 마쳤다. 의료기기 CE 인증은 EU가 의료기기 관리제도를 강화한 이후 인증기관 부족에 따른 극심한 인증 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는 유럽 수출기업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이다. GCB가 의료기기 CE인증기관으로 인정되면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GCB는 또 ISO 품질경영시스템, 사이버보안, 체외 진단 의료기기, AI 인증 등에 이르기까지 인증 범위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KTR이 유럽에 설립한 GCB가 CE인증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수출기업들은 CE인증에 대한 이중 중개인이 필요 없게 됐다. KTR이 인증서비스의 이른바 ‘직거래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KTR을 포함해 국내 기관들은 글로벌 인증기관처럼 현지에서 직접 각국 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글로벌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인증 과정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렇게 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수출기업들에게 돌아간다. KTR 역시 이번 GCB의 유럽 내 성공적 안착을 시작으로 해외인증 직거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철 KTR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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