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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Crystal Structure’. [학고제]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점과 붓질이 반복되며 겹친다. 밀도 있는 화면은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하기보다 여러 방향으로 확산된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파악되지 않고, 바라보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열린다.
성희승 개인전 ‘이터널 비커밍(Eternal Becoming)’이 오는 2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린다. 회화 17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세계관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작가는 회화를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생성과 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반복된 행위와 축적된 시간이 화면 위에 남기는 흔적을 탐구해 왔다. 특정한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바라보고 머물렀던 시간 속에서 형성된 감각의 층위를 시각적 구조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Eternal Becoming’은 형상이 도달하는 지점보다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감각, 그리고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생성의 과정을 응시한다. 성희승에게 회화는 ‘무엇을 그렸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렀는가’를 기록하는 행위에 가깝다.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개념은 ‘되어감(becoming)’이다. 존재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과 확장을 반복하며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사유는 초기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원’의 형상에서 출발한다. 원은 완결과 순환, 무한을 상징하는 근원적인 형태로, 반복을 통해 세계를 포괄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삼각형에 대한 탐구를 거치며 작업은 전환점을 맞는다. 삼각은 안정과 긴장, 생성과 붕괴를 동시에 품은 구조로, 최소한의 형태 안에서 최대의 진동을 발생시키는 단위다. 이 과정에서 원은 더 이상 종착점이 아니게 된다.
탐구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별’은 원과 삼각, 완결과 확장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는 지점이며,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이동해 온 흔적이다.
성희승의 회화에서 별은 잡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이며, 소유할 수 없지만 관계를 맺고, 멀리 있지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존재로 나타난다. 개인적인 체험과 기억, 존재의 균열 속에서 마주한 빛의 응축된 형상이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는 기도나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드러난다. 반복되는 붓질과 점의 축적은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질서와 구조적 리듬이 작동한다. 화면은 ‘완성’이 아닌 ‘진행 중’의 시간으로 열려 있다. 완결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생성의 상태에 머무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각자의 감각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