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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략 |
기업 인수·합병(M&A) 협상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시장에서는 흔히 “이제 실사만 남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실사(DD·Due Diligence)는 거래를 마무리하는 절차기보다, 오히려 가장 많은 딜이 무너지는 구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거래가 깨지는 이유가 재무 숫자 그 자체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인수자는 실사를 통해 ‘숨어 있는 리스크’를 찾고자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제는 리스크의 존재 자체보다, 그 리스크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을 때 발생한다. 계약서 한 줄, 구두 합의 하나, 내부 규정의 공백이 거래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증폭되는 순간 인수자는 가격 조정이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M&A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매출과 이익은 안정적인데, 주요 계약이 개인 명의로 체결돼 있거나 핵심 거래처와의 관계가 문서화돼 있지 않은 경우다. 오너의 경험과 신뢰로 유지돼 온 구조는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사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순간 ‘승계 불가능한 리스크’로 평가받는다.
노무·세무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미지급 수당, 불명확한 인센티브 기준,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급여 체계는 실사 과정에서 단번에 쟁점으로 부상한다. 이때 매도자가 ‘업계 관행’을 이유로 설명하더라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미래 비용으로 인식될 뿐이다. 결국 이는 에스크로 확대, 선행조건 추가, 혹은 거래 중단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사가 ‘검증의 과정’이 아니라 ‘신뢰의 시험대’라는 점이다. 동일한 리스크라도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고, 합리적인 설명과 정리 계획이 제시된 경우 협상은 이어진다. 반면, 실사 과정에서 처음 드러난 이슈는 그 크기와 무관하게 신뢰 훼손으로 연결된다.
최근 시장 환경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인수자 우위의 국면에서 실사는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니라, 협상력을 행사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실사는 곧바로 가격 인하의 명분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의향서(LOI)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M&A에서 실사는 ‘잘 받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는 것’의 영역이다.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정리하는 일이다. 계약, 인력, 지배구조, 내부 통제까지. 이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매력적인 재무 성과도 거래를 완주하기 어렵다.
실사에서 무너지는 딜은 우연이 아니다. 대부분은 준비 부족의 결과다. M&A를 고려하고 있다면, 실사를 거래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가장 이른 시점에 점검해야 할 출발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협상 테이블 위에서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