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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일대의 한 도매상가의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12일 찾은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의 일부 금은방 출입문에는 여전히 ‘가짜 금주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비교적 차분했다. 지난해 말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텅스텐 섞인 가짜 금’ 논란은 최근 들어 잠잠해진 분위기다. 다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업계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문제의 가짜 금은 기존 은·주석 혼합과 달리 ‘텅스텐’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텅스텐은 순금과 밀도가 거의 비슷해 레이저·엑스레이 등 비파괴 검사로도 내부를 가려내기 어렵다. 겉을 두껍게 도금하면 감정 장비로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종로 귀금속 거리에 있는 한 감정원 관계자는 “비파괴 검사는 표면만 확인할 수 있어 내부에 텅스텐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며 “잘라서 녹이는 파괴 분석을 해도 KS 기준상 텅스텐은 금 합금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감정 의뢰가 꾸준히 늘어나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의뢰가 많아져도 감정원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례라 분석이 어렵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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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31일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의 긴급 담화문 내용.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제공] |
이 같은 불안이 커지자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하반기 종로 귀금속 거리 일대에 긴급 주의 공고문을 게시하고, 혜화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해 수사를 의뢰했다. 당근마켓 등 개인 간 거래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문구도 함께 배포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입건 전 조사 단계에서 지난해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귀금속 업체들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종결 처리됐다”며 “현재 추가 진정이나 재수사 계획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종로 P 금 거래소 관계자는 “주 거래하는 법인 도금소에서 지난달 ‘텅스텐 가짜 금이 도니 조심하라’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며 “수사는 종결된 걸로 알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외, 특히 중국발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로는 매입할 때 훨씬 더 꼼꼼히 확인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 측도 “작년 연말 한때 업계가 크게 술렁였지만, 최근에는 신고나 적발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공고문과 주의 환기 이후로는 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범인이 잡힌 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며 “올해 추가 진정 및 고발은 협회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만약 했더라도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의뢰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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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있는 금거래소의 모습. 정주원 기자 |
문제는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확신할 수 없는 불안’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종로의 한 금은방 관계자는 “눈으로는 구별이 안 되고 감정도 확실하지 않으니 결국 신뢰에 기대 거래할 수밖에 없다”며 “금값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겹쳐 체감 경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상승세를 더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살 때 95만2000원으로 전일보다 4000원 올랐고, 팔 때 가격은 79만8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000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금 논란이 단순한 사기 문제가 아니라 금 거래 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인 간 거래에서는 계약서 작성·인증서 확보·거래 기록 보관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