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수사권 확대 논란 속 금감원, 수사심의위 설치안 제시

“인지수사권 부여 시 내부 수사심의위 설치” 검토
수사 착수·오남용 외부 인사 심의 등 자체 통제안
금융위 “자체 심의위로 수사 판단, 통제에 부적합”
금감원도 회계감리·금융사 검사 확대론에는 ‘신중’


금융감독원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와 함께 자체 통제장치인 수사심의위원회를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민간기구인 금감원의 수사권 확대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다. [정호원 기자]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직무범위 확대를 추진하면서 금융위원회와 이견을 보인다. 금감원은 공권력 오남용 우려를 의식해 자체 통제장치를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금융위원회는 민간기구가 스스로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특사경 추가 범위와 인지수사권 필요성 등을 정리해 총리실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검토다. 총리실 제출 전 지도·감독기관인 금융위와 먼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위는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과 민생 특사경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불공정 행위 정황을 포착해도 인지수사 권한이 없어 즉시 수사에 나서지 못한다. 금감원에서 조사한 뒤 제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 수사 필요 여부를 검토하는 데만 11주가 소요되는 등 행정 절차가 수사 착수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다만 회계감리와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특사경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금감원도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검사 영역은 대주주 신용공여나 횡령·배임 정도 외에는 특사경으로 전환할 만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회계감리를 받는 민간기업이 금감원의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수사권 오남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통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감원 산하에 별도의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사심의위원장은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가 맡되, 금융위 인사를 포함해 양 기관 인원이 최소 동수가 되도록 구성한다. 인지수사 상황은 증선위에 사후 보고하고, 수사 전환 이전까지 조사·수사부서 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 이 역시 수사심의위를 어디에 둘지, 어떻게 구성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통제 방안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특사경 역할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금감원이 자체 심의위로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가 권한 통제에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이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법리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논의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지난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추후 논의 과제로 남겨둔 바 있다. 조만간 열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앞두고 특사경 권한 확대와 통제 문제가 재부각되면서 공공기관 지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금융위 통제에 기획재정부 평가까지 더해져 독립성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