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우려에 ‘렌터카 공룡’ 제동…공정위, SK·롯데 결합 불허

단기·장기 렌터카 전반서 가격인상 압력 확인해
“매각 목표인 사모펀드, 행태적 조치 담보 못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이 결국 좌초됐다.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 간 결합이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당국이 결합을 불허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사모펀드(PEF)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리미티드가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심사한 결과, 국내 단기·장기 렌터카 시장 전반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결합 금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주 SK렌터카 제주 지점의 모습 [SK렌터카]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고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가 모두 동일한 지배 아래 놓이게 되는 구조였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이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던 대형 사업자 간 결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내륙 기준 합산 점유율 29.3%, 제주 지역에서는 21.3%로 이미 압도적인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38.3%에 달한다.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으로 가격 경쟁이 사라질 경우 렌터카 이용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기업결합 이후 가격 인상 압력은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SK렌터카 기준 내륙 11.85~12.15%, 제주 10.45~11.00%로 나타났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롯데렌탈 기준 5.05~5.35%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이들 대형사의 가격을 추종해 온 기존 시장 관행을 고려할 때 가격 인상 효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제주 지역의 경우 ‘렌터카 총량제’로 신규 진입과 증차가 제한돼 경쟁 회복 가능성이 낮은 점도 불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캐피탈사들이 ‘본업 비율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대형 렌터카 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지적됐다.

공정위는 가격 인상 제한과 같은 행태적 조치로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구조적 조치인 기업결합 금지를 선택했다. 일정기간 후 매각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행태적 조치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사건은 사모펀드가 동종 업계 1·2위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추진하며 공정위에 심사를 신청한 첫 사례로, 시장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가격 인상 등 경쟁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중소 경쟁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대기업 간 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왜곡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상당 기간 서로 밀접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1·2위 사업자를 단기간에 연달아 인수하여 시장력을 확대한 후 다시 고가로 매각하기 위해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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