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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수정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다산북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위수정(49) 작가의 ‘눈과 돌멩이’가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다산북스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위수정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작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상이 이상문학상이 아닐까 싶다. 등단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나로서는 기쁜 만큼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다”며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동안 관심 갖던 세계와 인물들을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써도 된다는 동력을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의 조금씩’이 당선되며 등단한 위 작가는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을 냈다. 2022년 김유정작가상,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에 이어 이상문학상도 거머쥐게 됐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애도, 불안을 다룬다. 암 투병 중 자살한 ‘수진’의 유골을 들고 ‘유미’와 ‘재한’은 수진이 생전 함께 가고 싶어 했던 일본 나고야로 떠난다.
수진을 보내기로 한 곳에서 그들은 정작 수진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인 자신들과 마주한다. 수진과 이별 후 유미와 재한은 역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일본인 여장 남자 ‘코요’를 만나 이별과 애도의 다른 모습을 마주한 뒤 수진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위 작가는 “작년 겨울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구상하게 된 소설이다. 인물들을 따라가는 관찰자로서 여정을 조용히 뒤에서 밟아가면서 기록한다는 느낌으로 작품을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단편소설의 서사적 완결성, 웰메이드 방식에서 좀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인물들의 서사가 완결되지 않고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비현실적이고 우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불가해함, 빈틈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인 김경욱 소설가는 ‘눈과 돌멩이’에 대해 “우리가 전력을 다해 이어가는 삶이란 돌멩이 하나에도 산산조각 날 수 있지만, 돌멩이를 던지지 않게 하는 힘 역시 그 부서지기 쉬움에서 온다.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면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눈과 돌멩이’는 불안 속에 불안을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위 작가는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고, 그런 과정에서 삶의 상당 부분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해결되거나 드러나 보이는 진실 같은 것이 실제 삶에서는 많이 누락되고 결코 누군가의 내면을 알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인생의 어떤 순간에서는 결국 우리는 모두 애도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눈과 돌멩이’라는 작품 제목도 이러한 의미에서 기인했다. 위 작가는 “내가 정말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도 아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은 눈처럼 쥐는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리고 없지 않나. 그래서 작은 돌멩이라도 쥐어 보는 것이고, 그것이 저에게는 글쓰기”라며 “이해받고 싶어서 쓴다. 그런데도 그래도 우리는 이 순간 함께 했고, 우리의 모습은 전과 달라졌다. 변하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의 내면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작가로서 그는 모든 것을 말하고 메시지가 강한 소설보다 독자의 몫을 많이 남겨 놓고, 비어 있는 부분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소설을 쓰려한다.
특히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이 있고, 매혹되는 지점이 있다. 선하거나 나쁘거나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면, 예술이라면 들여다봐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보이지만 아니지 않나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게 당연한가요’라고 묻는 게 소설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심사위원들도 이러한 서사를 높이 평가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을 이 작품의 백미로 꼽았고,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늘 ‘돌’로 돌변할 수 있는 ‘눈’의 메타포를 짚으며 “그래서 사는 게 더 매혹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영 소설가는 “상반되는 개념과 감정을 세련되게 뒤섞어 제시하는 (작가의) 감각”에 놀라움을 표했고, 은희경 소설가 역시 “읽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의 방향이 옮겨가고 해석이 달라지는 듯한 낯선 흐름”을 매력으로 느꼈다고 평했다.
지난해 주관 출판사가 다산북스로 이관되고 심사위원을 재구성하며 새롭게 출발한 이상문학상은 올해 심사 대상을 2025년 계간지 가을호 및 9월호까지의 발표작으로 바꿨다. 계간지 겨울호 및 월간지 10~12월호 발표작은 다음 해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올해 우수상으로는 김혜진 ‘관종들’, 성혜령 ‘대부호’, 이민진 ‘겨울의 윤리’, 정이현 ‘실패담 크루’,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가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