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총선 비례대표 득표 3% 이상 정당만 의석 배분 조항 위헌”[세상&]

공직선거법 189조 1항 1호
재판관 7대2 의견 위헌 결정
헌재, 제도 전체 의미 등 고려
2호 포함 1항 전체 위헌 결정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앉아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국회의원 선거 중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9일 나왔다.

헌재는 노동당, 미래당, 진보당, 녹색당 등 정당과 국회의원 선거권자 등이 공직선거법 189조 1항 1호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이날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다만 청구인들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은 단체의 청구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189조 1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당에 대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호에서 ‘임기만료에 따른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을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군소정당이라 하더라도 그 수가 많지 않고, 사회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의석배분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찍이 거대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해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리 정당법은 정당 설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을 규정해, 이미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에 대한 진입장벽을 세우고 있으므로 저지조항을 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또한 국회법은 국회의 효율적 운영을 담보하기 위해 교섭단체 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저지조항의 폐지로 군소정당의 원내진출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국회의 원활한 운영이 저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또 “저지조항은 단순히 그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이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넘어 유권자로 하여금 저지선을 넘지 못하리라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해 소수정당이 원내진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투표가치를 왜곡하고 선거의 대표성을 침해하는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으로 평등선거원칙에 위배해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만 위헌선언하게 되면 저지조항 제도 전체의 의미와 정당성이 상실되고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2호만으로는 저지조항 제도 전체의 내적 평형이 무너짐으로써 그 제도를 만든 입법자의 의도가 왜곡된다”며 “2호는 비록 심판대상이 아니지만 심판대상조항과 함께 위헌선언을 함이 타당하므로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전체에 대해 위헌선언을 한다”고 했다. 189조 1항 2호는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을 규정하고 있다.

김상환·정정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의 의회 진출 가능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가의 의사형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위한 전제가 된다”며 “정당의 의회 진출을 제한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내고 “오늘날 극단주의 세력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극소수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당 등 청구인들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 그러자 공직선거법 189조 1항 1호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0년 7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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