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도 안 막힌 적 없는데”…‘태릉 CC’ 재등장에 주민들 ‘교통지옥’ 걱정 [부동산360]

상습정체 우려 확산…“광역교통대책 마련” 요구
“소외된 노원구, 규제만 받고 공공주택 떠안나”


29일 오후 5시경 찾은 화랑대사거리 일대에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윤성현 기자


“화랑로는 원래도 매일이 전쟁터예요. 이곳 주민들은 시간대랑 상관없이 태릉 일대를 빠져나가는데만 최소 40분을 할애합니다 ”

노원구 공릉동 주민A씨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에 태릉 군 골프장(CC) 개발이 다시 포함되면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일대 주민들의 교통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일대가 상습적인 악성 정체 구간인만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면 혼잡만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8·4 대책에 포함됐었으나 당시에도 교통난, 문화재·환경 우려로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표류된 곳이다.

29일 오후 기자가 찾은 노원구 공릉동 화랑대사거리 일대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신호 하나를 지나는데도 십분 이상이 소요됐다.

인근 주민들 역시 전일 발표된 공급대책을 보자마자 교통 문제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공릉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태릉CC 개발이 기존 주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거의 없고, 불편만 늘어난다는 인식이 크다”며 “서울시에서 별내동 진입을 떠받치는 길목이라 조금만 수요가 늘어도 바로 막힌다”고 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오후 5시부터 석계역-화랑대역 구간은 교통 정체의 최정점”이라며 “2010년대 후반부터 남양주 별내·다산 신도시 입주가 늘면서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를 타고 귀가하는 차량이 화랑로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양주 일대 신도시 개발 때도 주민들이 처음엔 기대했지만 광역교통대책이 미흡한 상태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정체가 악화됐다”며 “주변 개발이 늘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학습효과가 이미 쌓였다”고 말했다.

구리시 갈매동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시된 지도에 ‘태릉골프장개발’이 적혀있다. 윤성현 기자


지역 내 상대적 박탈감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는 “노원구에서도 공릉동은 개발 호재에서 비켜난 ‘재미없는 동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외감이 큰 곳”이라며 “상계·중계·하계는 재건축 구상과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창동 일대도 북부 거점 개발이 거론되며 수요가 움직였는데 공릉동은 체감할만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집값은 오르지도 않았는데 행정구역이 노원이라는 이유로 규제는 같이 적용됐지만, 길 건너편 구리시는 규제에서 벗어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공주택이 대규모로 들어오면 일자리 없는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들 역시 부족한 교통 인프라에 상대적 박탈을 체감하고 있었다. 공릉동 주민 D씨는 “상계에는 동북선, 창동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등 여러 대중교통 확충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정작 가장 막히는 이 곳에선 그런 얘기가 잘 안 나온다”며 “결국 사람들이 집을 살 때 외곽보다 도심 접근성을 따지는 이유를 여실히 체감한다”고 말했다.

태릉CC에 인접한 구리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모습. 윤성현 기자


노원구 경계를 넘어 구리시 갈매동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감지됐다. 태릉 CC 동쪽과 맞닿은 갈매동에서는 구리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춘선 배차 간격이 길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은데, 인근에 추가 물량이 들어오면 교통 대책 없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갈매동 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GTX-B 갈매역 정차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이같은 주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교통대책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성적인 교통 문제를 해소할만한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원구와 협의해 주변 교통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과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일자리 대책을 함께 마련해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릉 CC 개발 사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도 주요 변수로 남아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과거에도 조선왕릉 경관 훼손 우려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던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선행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체 시설을 신축해 기부채납하고, 그 대가로 기존 국유재산 부지를 양여받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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