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대포통장 연루됐어” 악마에 홀려 반성문까지, 9700만원 사기 당했다

토스뱅크 금융사기 예방 리포트 발간
피해자 64%는 2030세대
30대 평균 약 4500만원 피해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고령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사기가 2030 청년세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체 금융사기 피해자의 과반 이상인 64%가 청년세대일 만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조차 진화한 사기 수법에는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토스뱅크가 발간한 ‘토스뱅크 금융사기 예방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중 2030세대의 피해 비중은 2024년 54%에서 2025년 66%로 그 비중이 1년 만에 12%포인트(P) 급증했다. 금융사기 타깃이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피해 규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20대와 30대의 평균 피해액은 각각 2800만원, 4462만원에 달했다. 특히 단순히 예·적금을 가로채는 방식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대출까지 받도록 유도해 장기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것이 이 세대 피해의 특징이다.

최근 급증하는 신종 사기의 핵심은 이른바 ‘심리 지배(가스라이팅)형 범죄’다. 범죄자들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세우며 공포와 죄책감을 극대화한다. “당신 명의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며 정교하게 제작된 가짜 기소장과 공문서를 제시하고, 실제 수사 상황인 것처럼 몰입시키기 위해 ‘반성문 제출’까지 요구하는 식이다.

실제로 30대 피해자 A씨는 검사를 사칭한 범죄자로부터 “불법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으니 무고함을 입증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들은 A씨에게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반성문과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가짜 수사 상황에 스스로 몰입하게 만들어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결국 A씨는 심리적 지배 상태에서 단 8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총 9700만원을 송금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금융사기 의심 상황이 생기면 세 가지 수칙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검찰·경찰은 실제 수사를 진행할 때 서면 통지와 공식 출석을 요구하며, 전화로 이를 통지하거나 금융 거래를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 ▷비밀수사를 명목으로 주변 연락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점 ▷포털 검색이나 문자 링크로 안내된 범죄 사실 확인은 대부분 가짜 페이지이기 때문에 의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토스뱅크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안심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고의가 없는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피해액을 보상하며,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비정상적인 송금 흐름이 포착되면 즉시 고객에게 연락해 상황을 확인한다. 본인이 직접 송금하더라도 가스라이팅에 의한 사기 징후는 아닌지 면밀히 파악해 추가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

토스뱅크 관계자는 “디지털 정보에 능숙한 2030세대는 역설적으로 사기범이 제시한 가짜 근거를 빠르게 확인하려다 공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금융 거래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들이 대출 사기 등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사기 유형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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