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호 공급’ 된다더니, 60% 이상 줄줄이 “반대”[부동산360]

용산·동대문구·과천 등 줄줄이 ‘반대’ 의견
“협의 안 된 곳 뺐다” 국토부 주장과 달라
조급해진 정부…지자체 권한 축소 나서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과천 경마장(렛츠런파크, 115만㎡) 부지 모습.[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주요 입지에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60% 부지가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협의가 이뤄진 곳만 발표했다’는 국토부 설명과는 달리, 대책이 공개되자마자 서울시를 포함해 복수의 지자체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주택 공급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협의 안된 곳 뺐다” 국토부 주장 달리…지자체 반대한 부지만 62%


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가 도심 내 공공부지와 신규 공공택지에 공급을 계획한 12곳(노후청사 제외) 중 지자체가 반대 의지를 표명한 곳은 4곳이다. 공급물량으로 따져보면 총 4만9800호중 시작부터 잡음에 부딪히는 곳이 3만700여가구로, 전체 62%에 달한다.

정부가 발표한 6만호 공급부지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캠프킴이 포함된 용산구 일원, 과천경마장·방첩사, 노원 태릉CC 등 도심 내 공공부지(4만3500호)와 성남시 테크노벨리에 인접한 신규 공공주택지구(6300호)가 포함됐다. 나머지 약 1만호는 노후청사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9 공급 대책 발표 당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곳은 이번 발표에서 뺐다”며 “(공급부지와 관련)지방정부의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이 나와 협의 과정에서 진척될 수 있었다”며 협의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용산·과천·노원 등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 이견조정을 매듭지지 못한 곳이 협의를 완료한 곳보다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계획안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힌 지자체는 성남시(6300호)와 광명시(600호), 남양주(4200호)와 고양시(2600호)뿐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아직 의견 표명이 없거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 공급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용산구는 대책 발표와 동시에 입장문을 내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정체성을 무시한 주택 공급 확대”라며 “구민을 배제한 일방적 통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8000호 이상의 공급은 어렵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서울시처럼 1만 가구 공급이 강행될 시 도시 기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용산구 반대 입장의 핵심이다.

국방연구원 부지에 약 1500호의 주택이 공급되는 동대문구도 지난 30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부지를 관할하는 자치구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사안”이라며 “단순한 주택 물량 확대가 아니라 홍릉 일대 기능과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고려한 종합 구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원구는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교통 등 후속대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청은 입장문을 내고 “수도권 유휴부지를 발굴해 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에 공감한다”면서도 “202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주택공급에 그쳐서는 안 되며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태릉CC 개발을 두고 문화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개발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노원구 태릉CC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정부를 “모순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이 기준을 명확히 정리해달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조급해진 정부, 중앙정부 권한 넓힌다


김윤덕(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자체와의 이견 조정이 어렵게 되면서 국토부는 중앙정부의 권한 범위를 넓혀 주택 개발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 국·공유지를 모두 대상으로 국토부 장관이 지자체 등 관계 기관 합의와 무관하게 ‘복합개발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한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전날에는 안태준 민주당 의원이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되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정비구역을 지정·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화해야 하는 정부로선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는 20여개 국·공유지에 2028년까지 3만3000가구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주민과 자치구 반대로 대부분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이미 과열되고 있는 ‘지자체 패싱’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국토부의 발표 과정에 대해 “서울 29곳 지역에 대한 공급계획이 발표됐는데, 기발표된 18곳 중 일부는 (시가) 의견을 낼 기회조차 없었다”며 “우려를 표했음에도 국토부가 대책에 포함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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