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했던 헌혈의집 ‘두쫀쿠’ 덕에 후끈…헌혈자 하루만에 2배 늘었다

‘관심단계’로 불안했던 혈액보유량
프로모션 일주일만에 ‘적정단계’로

간호사들 카페 발품팔며 두쫀쿠 공수
“헌혈 문화 개선되는 계기 됐으면”


지난달 29일 서울동부혈액원 노해로센터 헌혈의집의 모습. 정주원 기자


“원래는 혈장 헌혈로 예약했는데요, 두쫀쿠 받으려면 혈소판 헌혈이 된다고 해서 바꿨어요.”(헌혈의집 노해로센터 방문객 A씨)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해로에 있는 헌혈의집에는 혈장 헌혈에서 혈소판 헌혈로 전환한 사람이 세 명 있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디저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헌혈의 종류까지 바꿔놓은 셈이다.

성분 헌혈 중에서도 혈소판 헌혈은 혈장 헌혈에 비해 늘 물량이 부족하다. 채혈에만 1시간30분이 걸리니 부담스러워 한다. 30~40분쯤 걸리는 혈장 헌혈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한적십자사는 두쫀쿠를 혈액의 모든 성분을 한 번에 채혈하는 전혈 헌혈과 혈소판 헌혈자에게만 준다.

직원들은 분명한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벤트 이후) 예약 인원의 90% 이상은 전혈·혈소판 헌혈자”라며 “10% 정도가 혈장 헌혈자인데 최근 두쫀쿠를 드리면서 혈소판 헌혈의 필요성을 알려드리면 헌혈 종류를 바꾸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찾은 날은 목요일 오전. 헌혈의집 안은 예약 대기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날 사전 예약자만 74명이라고 했다. 헌혈을 마치고 나온 이들의 손에는 헌혈증서와 함께 두쫀쿠가 쥐어져 있었다.

노해로센터 간호사는 “목요일은 원래 한 주 중 헌혈자가 가장 적은 날”이라며 “그런데 오늘은 두쫀쿠 이벤트 영향으로 100명 이상 방문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센터는 홍보 기간 평소 대비 약 2배 수준의 헌혈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두쫀쿠는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공수한다. 노해로센터 간호사는 “이벤트 첫날인 23일 오전에만 70명 넘게 몰려 인근 백화점과 카페를 찾아 스무 개 정도를 더 사 왔다”며 “헌혈자분들이 헛걸음하지 않게 하자는 마음에서 현장에서 즉각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수지(21) 씨는 이날로 여섯 번째 헌혈이다. 장씨는 “헌혈 앱에 이벤트가 떠서 알았다. 마침 주기도 맞았다”며 “간호사분들이 직접 두쫀쿠를 사러 다니신다는 얘기를 듣고 좀 짠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헌혈하고 나면 달콤한 게 당기는데 두쫀쿠는 구하기는 어려운데 맛은 좋아서 헌혈하는 김에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고현수(23) 씨는 이날 헌혈 날짜를 일부러 하루 미뤄 노해로센터를 찾았다. “전날도 헌혈할 수 있었지만 두쫀쿠 이벤트를 보고 오늘로 날짜를 바꿨다”며 “집에서 가장 가까운 회기센터보다 예약이 빨랐던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전혈 헌혈 5회, 성분 헌혈 52회를 했다는 그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학교에서도 자주 듣는다”며 “이런 계기로라도 한 번 더 헌혈하게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혈액원 관계자들은 두쫀쿠 덕분에 혈액 부족을 해소했다고 한시름 놨다. 올겨울은 유독 혈액이 부족했던 처지였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적혈구 혈액 보유량은 3일분 초반까지 떨어지며 ‘관심 단계’가 이어졌다. 1월 10일 기준 3.1일분, 14일에는 3일분까지 내려앉으며 겨울철 혈액난이 정점에 달했다.

이후 1월 16일 서울중앙혈액원을 시작으로 두쫀쿠와 아이돌 포토카드를 주는 프로모션을 벌이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보유량은 이달 18일 4일분으로 회복된 데 이어 ▷24일 4.7일분 ▷25일 5.1일분 ▷26일에는 5.2일분까지 올라 ‘적정 단계’ 수준을 되찾았다.

헌혈 현장에서도 반등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서울동부혈액원에 따르면 두쫀쿠 이벤트 첫날인 1월 23일 관내 헌혈의집 전체 헌혈 실적은 967건으로 전날(495건)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노해로센터의 경우 하루 방문 인원이 평소 60~70명 수준에서 첫 이벤트 시작일이었던 23일 127명까지 증가했다. 혈액원 측은 “보유량 수치는 이벤트 다음 날부터 반영되는 만큼 헌혈 참여 증가가 수급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두쫀쿠라는 특정 물품보다 중요한 건 이 기회를 통해 헌혈 자체에 관한 관심이 한 번 더 환기되는 것”이라며 “이번 관심이 일시적인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헌혈을 일상적인 선택으로 이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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