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시작된 미러 핵경쟁 방지 협정 54년만에 마침표
실전배치 핵탄두 1550개·운반체 700개로 제한
트럼프 “中빼고 새협정 불가”…러 “의무 없어 핵개발 할 것”
유엔총장 “국제 평화·안보에 중대순간”…핵경쟁 과열 우려
트럼프, 새 다자협정 추진할지 주목…러 “영·프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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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있는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현지시간) 연장되지 못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의 간의 ‘핵 공포 균형’을 관리해온 핵심적인 신뢰 구축의 틀인 이 조약이 결국 종료된 것이다. 세계 최대 핵 보유국인 두 국가가 핵 무기를 제한하겠다는 조약을 끝내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 간 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조약 만료 시점인 미 동부시간 4일 자정(한국시간 5일 오후 2시)까지 러시아가 제안한 뉴스타트 1년 연장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이 지나면 효력이 중단될 것”이라며 뉴스타트가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0시에 만료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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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별 핵탄두 보유현황. [연합] |
뉴스타트는 1991년 미국이 당시 소비에트연방(소련)과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명맥을 잇는 조약으로, 2010년 4월 체결됐다. 냉전시대 양대 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막대한 규모의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비축했고, 이 과정에서 기기 오류나 담당자의 실수로 여러 차례 우발적 핵전쟁 위기를 겪었다.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 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협정을 맺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깊었다.
양국은 그동안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2(SALT2·197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1987년), 전략무기감축협정(1991년),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SORT·2002년)을 거쳐서 뉴스타트까지 체결해 2011년 2월 5일 이를 발효했다.
조약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실전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도록 했다.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ICBM과 SLBM, 전략폭격기의 배치도 700개로 제한했다. ICBM 발사대와 SLBM 발사대, 전략폭격기는 배치된 것과 배치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800개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이런 정보를 매년 두차례 공유하며,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국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 등을 진행해왔다.뉴스타트는 원래 기간이 10년이었으나 양국이 5년 연장해 2026년 2월 4일까지만 효력이 발생하게 돼 있었다.
뉴스타트 협정이 체결된 세월 동안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양국 간 불신이 커지면서 이 조약은 수년간 불안정한 상태였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서방에 있다고 주장하며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당시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정보 공유와 핵시설 사찰 허용 등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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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4회 전국 기도 조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하지만 뉴스타트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국제사회는 지구 전체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닌 두 강대국의 약속이 모두 사라진 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뉴스타트 조약 만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중대한 순간”이라고 규정한 뒤 “반세기 넘게 지나 처음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며 후속 조치 합의를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료된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조약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뉴스타트를 “미국이 형편없이 협상한 협정”이라며 “(뉴스타트를) 연장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핵 전문가들로 하여금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는 새롭고 개선되고 현대화된 조약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등 다른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강국까지 포함한 핵 군축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시아도 핵 군축 대화를 확대하면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프랑스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에서 안보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협력을 위한 적절한 조건이 조성될 경우 평등하고 호혜적인 대화에 기반해 전략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안정화하는 정치·외교적 방법을 모색하는 데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 등을 포함한 더 폭넓은 핵 군축을 제안할 경우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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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D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