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풀설치라더니”…찜통 쿠팡서 2분 쉬었다가 ‘인격 살인’ 당했다

6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


체감온도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의 물류센터, 잠시 어지럼증을 느껴 휴게실을 찾은 20대 일용직 노동자에게 돌아온 건 격려가 아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이었다. 쿠팡 물류센터의 한 관리자가 일용직 노동자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7월 말,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일용직 노동자 B씨(28)는 살인적인 폭염 속에 근무하던 중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느꼈다. 잠시 열을 식히기 위해 휴게실로 내려간 지 단 2분. 관리자 A씨가 들이닥쳤다. ”왜 쉬고 있느냐“는 추궁으로 시작된 질책은 사무실로 이어지며 폭언으로 변질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충격적인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B씨를 향해 “니가 X 같으니까”, “너 XXX니까”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뱉었다. 반말을 삼가달라는 요청에는 “어쩌라고”라며 비아냥댔고, “돈 줄 테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법적으로 해결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B씨를 더욱 허탈하게 만든 것은 열악한 노동 환경이었다. B씨는 채용 당시 ‘에어컨 풀 설치’라는 공고 내용을 믿고 출근했지만, 실제 현장 어디에도 에어컨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폭염 속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정당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로부터 ‘돈만 밝히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인격 모독까지 겪은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논란이 확산되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측은 뒤늦게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쿠팡 측은 “A씨가 B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이 확인되어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측은 온열질환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당시 119 신고가 접수되어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B씨에게 명확한 증상이 없어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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