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의 그늘? 못 갚는 은행 대출 ‘눈덩이’

4대 은행 요주의여신 8조, 코로나 이후 최대… “금융위기 이후 최악”


서울 시내에 있는 은행 ATM 기기.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4대 주요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부실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관련 건전성 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년간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된 ‘K자형(양극화)’ 성장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2025년 연간 순이익은 총 13조9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3조3천435억원)보다 약 5% 많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기반의 이자 이익이다. 2021년(10조316억원)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4년 사이 39.4%(3조9천603억원)나 급증했다.

4대 금융지주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은행의 대출자산 증가로 이자 이익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대출이 늘면서 총 이자이익은 더 늘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상환 여부가 불확실한 부실 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가 공개한 팩트북(손익·자산·재무 상세표)을 보면, 4대 계열 은행의 지난해 4분기 말(12월 말) 기준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의 합은 7조9291억원에 달했다. 전년(7조1146억원)보다 11%, 2021년(5조3093억원)보다 49% 많다.

요주의여신 규모는 2021년 말 5조393억원, 2022년 말 6조623억원, 2023년 말 6조2918억원, 2024년 말 7조1146억원, 2025년 말 7조9291억원으로 커지는 추세다.

요주의 단계보다 부실이 더 심한 고정이하여신(NPL·연체 3개월 이상)도 전년 말보다 14% 늘어난 4조5489억원이었다. 2021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여신(대출) 중 NPL 비율(단순평균·0.30%)도 0.03%포인트(p) 올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부실을 흡수·감당할 능력을 가늠하는 4대 은행의 단순 평균 NPL커버리지비율(대손충당금 잔액/고정이하여신)은 171.7%로 떨어졌다. 전년 말(204.3%)과 비교하면 1년 사이 32.6%포인트 급락해 200%선이 무너졌다. 2021년 이후 가장 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위기 당시 은행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졌다가 이후 당국의 요구와 은행들의 노력으로 개선됐는데,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다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사실상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대 초중반 이후 가장 나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여신(대출) 건전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은행들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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