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국가 상대로 손배 승소…“수사기관 조치 불합리”[세상&]

피해자, 부실수사 등 국가 책임 제기 손배소
법원 “적절한 수사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피해자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 되는 판례 만들고 싶었다”


지난 2023년 6월,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에서 열린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운데)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가 불합리했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조형우 판사는 피해자 김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13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불합리하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한 성폭력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국가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 상태를 보면 성폭력의 동기와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을 게 분명한 친언니의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반복적인 탄원으로 2심에서 비로소 공소사실에 범죄가 추가됐다”며 “불합리한 수사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늦게나마 2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된 점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1500만원으로 제한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오전 5시께 30대 남성 가해자가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뒤쫓아가 폭행한 사건이다. 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가해자의 DNA를 검출하는 등 성범죄 관련 추가 증거를 찾아냈다. 이후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됐다. 검찰은 가해자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인기척을 느끼고 도주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가해자는 강간살인 미수 등 혐의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범행 후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가 구치소에서 30일간 독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혐의가 다른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지난 2024년 3월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책임을 물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선 “수사기관이 성폭력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성폭력 의심 정황을 알리지 않아 신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성범죄 증거 수집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로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해 직접 재판에 참석한 탓에 가해자의 보복심리를 자극해 보복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서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면서 정작 피해자의 권리 구제나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김 씨는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추후 미래에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판례를 만들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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