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전유물서 자본시장 ‘전략’으로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여론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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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2024년 9월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내달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주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 연대뿐 아니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까지 나서면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2일 영풍과 MBK파트너스(MBK)는 고려아연에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MBK 연합의 주주제안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정관 반영 ▷신주발행 시 총주주 이익 보호 원칙 명문화 ▷집행임원제 도입 ▷주총·이사회 운영 절차 개선 ▷액면분할 ▷배당 재원 확충 ▷이사 선임 방식 변경 및 후보 추천 ▷명예회장 퇴직금 규정 개정 등이 골자다.
주주제안은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권리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이사회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에 올려야 한다.
다만 특이한 점은 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주주제안은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일반적으로 지분 일부만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대가 이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다.
한 PEF 관계자는 “이사회 장악에 실패한 최대주주가 행동주의 펀드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며 “주주제안은 ‘소수주주’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최대주주가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주주 행동주의 문화가 정착하면서 ‘주주제안’의 의미가 변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주 행동주의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행동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이 제기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라며 “PEF가 최대주주인 상태에서 주주제안을 하는 것이 특이해보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PEF, 헤지펀드 모두 주주제안을 한다.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최대주주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는 주주제안이 행동주의 진영의 ‘전유물’을 벗어나 경영참여형 PEF가 택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됐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통상 PEF는 최대주주가 된 뒤 경영진과 비공개 소통을 하며 회사의 전략을 바꿔나간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에 PEF를 대표하는 기타비상무이사 등이 선임되고, 소수주주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상장폐지가 추진되기도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MBK 연합은 고려아연 주주총회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주주제안이라는 공개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MBK 연합이 최근 상법 개정안 흐름을 반영한 ‘묘수’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제안 내용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현 정부의 상법 개정 취지를 따라 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적대적 M&A로 보이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자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 같다. 내용만 보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주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MBK 연합은 2024년 이후 임시·정기주총을 통해 수차례 이사회 구성원 변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던 바 있다. 이사회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인사로 구성돼 MBK 연합의 의사를 관철하기 어려웠고, 고려아연이 ‘상호주 제한’ 카드로 이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여러 굴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주제안의 핵심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됐다. MBK 연합은 정관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대주주가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식 제안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윤범 회장과 경영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MBK 연합이 뒀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향후 벌어질 법정 공방에서 정관을 근거로 들어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라는 의미다.
고려아연 이외에도 정기 주총을 앞둔 기업에 주주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를 매각할 것을 요구하며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이플러스에셋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평가보상위원회 설치 ▷분리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수 2명으로 확대 등 안건을 정기 주총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라이프자산운용 또한 BNK금융지주에 자사주 일부를 사내·외 이사들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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