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출시되도 계좌개설·매도·재투자까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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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광고.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신주희 기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하면서 증권사를 비롯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급한 시행보다는 현실적인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야 ‘해외 자금의 국내 환류’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들은 당초 2월로 예정됐던 RIA 제도 도입이 지연되며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책 발표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일부 대형 증권사를 불러 RIA 가이드라인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관련 논의에서 배제돼 준비 단계에서부터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짙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이 뒤로 미뤄지며 오히려 출시를 위한 사전 점검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IT부서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초 예고했던 것보다 시행이 늦어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RIA 계좌 설명회 당시에도 일부 증권사만 참여해 개발 일정 등에서 소외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이 늦어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개발 일정을 확보하게 돼 시스템 운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에 RIA 계좌 개설 때문에 담당 직원들이 모두 나와서 야근을 했다”며 “일반적으로 계좌 한 종류를 개설하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애초에 두 달 안에 개설하겠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설령 입법 절차에 속도가 나 3월 말 RIA 상품이 본격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이 1분기 안에 해외주식을 매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당장 계좌 개설부터 해외주식 매도, 환전, 국내 주식 선별 및 재투자까지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절세와 해외 투자 간 손익을 비교해볼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RIA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1년간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야하는데, 장기간 돈을 묶어놓아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정부는 RIA로 절세 혜택만 챙긴 뒤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꼼수’를 막기 위해, 추후 해외주식 재매수 시 혜택을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매도 시점이 이를수록 더 큰 절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향후 해외 투자가 어려워져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3월 안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러 손익을 따져보고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적을 것”이라며 “당장 1분기로 예정된 100% 소득 공제 기한을 2분기로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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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증권사 지점에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
정책 효과에 대한 시선도 엇갈린다. 특히 올해 들어 단기간에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태라는 점은 변수다.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7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35% 넘게 급등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올해 들어 상승 폭이 제한된 모습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 증가하는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2.4%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답보 상태에 놓인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1억1752만달러(약 5조9741억원)에 달했다. 미국 증시 기준 13거래일간 일평균 3억1700만달러가량을 사들인 셈이다.
월간 기준으로 서학개미의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68억5499만달러다. 당시 23거래일간 일평균 약 3억달러 상당의 미국 주식을 매수했는데, 이달 매수 추세는 이를 뛰어넘는 규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 도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2월 중 도입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브레이크 없는 해외주식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 양도세는 양도차익에 부과되므로, 차익이 작거나 기본공제 범위에 가까운 투자자의 경우 RIA 인센티브가 약하다”며 “국내 주식 1년 이상 보유 조건도 국장에 확신이 없는 투자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2016년 자본 환류 정책을 실시해 당시 해외 자산 1195조 루피아(약 104조원) 중 12.4%를 환류했다”며 “두 나라의 상황이 같진 않아 환입 자금 규모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당시 루피아가 강세를 보였고, 자카르타 종합지수가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RIA 계좌 도입은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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