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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호(왼쪽) 법무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 소송 승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안대용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판정을 두고 제기한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중재판정이 더 유지될 수 없게 되면서 중재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3일 오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ISDS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 오후 7시 30분 영국 법원에서 진행된 미국 사모펀드 앨리엇과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 즉 ISDS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 사건은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지난 8년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1조원의 배상을 요구하며 ISDS를 제기한 데 대응해 진행된 소송이었다”며 “이로써 본 판정에서 인정된 정부의 배상 원금 및 이자 등 합계 약 1600억원의 배상 의무는 잠정적으로 소멸돼 다시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2018년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하며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을 문제삼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며 “정부는 2023년 약 690억원과 이자를 배상하라는 중재 판정을 선고받았으나 포기하지 않고 소송 절차를 통해 다시 다툼 끝에 이번 승소 판결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번 승소는 한 번에 얻은 결과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처음에 취소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으나 작년 7월 항소심에서 위 각하 판결을 뒤집고 작년 12월 파기환송심까지 철저한 준비 끝에 올해 승소 판결을 거뒀다”고 했다.
이어 “이 판결은 국민 여러분의 노후인 국민연금을 지켜낸 소중한 판결”이라며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정부는 원 중재 절차의 서면 구술공방 때부터 국민연금공단이 국제법상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개진했고, 결국 영국법원의 취소소송에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엘리엇의 6분의 1에 불과한 소송비용을 쓰고도 취소소송 인용률 3%의 바늘 구멍을 뚫어냈다”며 “이는 2018년부터 8년간 오로지 한국의 승소를 위해 한마음으로 헌신한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모든 공직자들과 정부 대리인단 그리고 이들을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 환송중재 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ISDS 대응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해 국민과 국익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승인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합병 계획을 발표했는데,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였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측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엘리엇 측에 5358만6391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2023년 6월 판정했다. 엘리엇이 ISDS를 제기하며 요구한 7억7000만달러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 정도가 인용됐다. 한국 정부의 오류 지적에 따른 판정문 정정절차를 통해 같은 해 9월 약 593억원과 지연이자로 배상금이 감액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23년 7월 해당 중재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중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4년 8월 영국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각하 판결했다. 영국 1심 법원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취소 사유에 대해 적법한 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정부는 항소했고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영국 1심 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영국 1심 법원은 정부가 주장한 취소 사유를 인용해 중재 판정 일부를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절차로 환송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기존의 원 중재판정은 더 유지될 수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