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세관 마약 의혹 실체 없다…‘확증편향으로 사회 혼란’ [세상&]

마약 세관 연루 합수단 최종 수사결과
세관 연루, 수사 외압 실체 없단 결론
마약 밀수범 초기 진술은 허위로 파악
대통령실 등 관여 정황도 발견 안 돼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돼 3개월간 ‘세관 마약수사 은폐 의혹’을 수사한 백해룡 경정이 지난달 14일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파견 종료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수사 종사자가 수사원칙을 위반하고 확증편향에 빠져 마약 밀수범의 허위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 급기야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안이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은 26일 8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백해룡 경정이 제기했던 의혹이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합수단의 중간 수사결과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백 경정은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을 지내며 ①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조력했고 ②대통령실과 경찰, 검찰, 관세청 고위층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 밝혀…세관 연루 ‘무혐의’


합수단은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범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이 초기에 경찰에 했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규명했다. 경찰이 인천공항 현장 조사를 벌이며 찍은 영상을 확인하니 당시 밀수범들은 말레이시아어의 통역인이 없는 점을 이용해 서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

밀수범들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세관 관련해서는 기억이 안 나지만 경찰에서 허위로 진술했다’는 내용도 발견했다. 밀수범들의 세관 직원 관련 진술은 반복될 수록 달라지고 객관적인 사실과 맞지 않았다는 점도 포착했다. 밀수범들은 2023년 수사 초기에는 세관 공무원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거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나중에는 세관 직원 4명을 지목했다.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범행 8개월 뒤에 지목한 건 신뢰할 수 없다고 합수단은 판단했다.

마약 밀수범이 경찰의 실황조사 과정에서 공범에게 허위 진술을 시키는 장면.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 제공]


합수단은 세관 직원들의 ▷사건 당일 근무표 ▷출입증 태그기록 ▷신용카드 사용 내용 ▷휴대전화 타임라인 ▷스마트워치 수면 데이터 ▷근무 컴퓨터 로그인 내역 등을 자료를 확인했지만 밀수범들의 진술과 부합하지 않았다.

합수단이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수범 전원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실토했다. 밀수를 도왔단 의혹을 받았던 세관 직원 7명은 지난 12월 9일 무혐의 처분됐다.

“대통령실과 연락 내역 없어”…수사 외압도 없었다


합수단의 또 다른 주요 수사 사안이었던 대통령실 등의 ‘수사 외압’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세관 직원·경찰 고위직 피의자들의 주거지 ▷경찰청(본청)·서울청 ▷인천세관 등 30곳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총 46대를 포렌식하는 등 의혹과 관련 있는 곳을 강제수사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자들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한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세청 지휘부가 수사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백 경정은 2023년 9~10월 당시 자신의 수사팀에 경찰청·관세청 지휘부가 언론 브리핑 연기·수정을 지시하고 사건 이첩을 지시하는 등 수사외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합수단은 수사를 벌이며 당시 백해룡 수사팀의 언론 브리핑 시점엔 해당 사건이 대통령실에 보고되기도 전이었다고 확인했다. 경찰 지휘부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외의 의혹은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등 관련자 8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돼 3개월간 ‘세관 마약수사 은폐 의혹’을 수사한 백해룡 경정이 지난달 14일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파견 종료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


백해룡 경정은 2023년 10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서울남부지검의 마약 전담부서를 일부러 변경해 수사팀의 영장 청구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혹에 관해서 합수단은 그해 9월 조직개편 등이 이뤄진 상태였고 당시 경찰이 신청한 영장 중 단 2건만 기각돼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2023년 2월께 부장검사·주임검사 등이 마약 밀수범을 검거한 후 공범을 수사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의혹은 결론을 내지 않고 고위공직자수사처에 이첩했다.

백 경정 징계 등 혐의 통보


합수단 관계자는 “영등포서 마약 수사로 여론이 환기돼 상당한 제도개선을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사 종사자가 수사원칙을 위반해 확증편향에 빠져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백 경정에 대해서도 경찰청에 징계 등 혐의사실을 통보했다. 백 경정이 과거 영등포서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수사자료를 기록에 담지 않고 허위 내용의 수사서류를 작성해 포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마약밀수 범죄조직 범행 구조도.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 제공]


한편 합수단은 수사 과정에서 국제 마약 밀수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국내 마약 유통책 2명을 추가로 검거해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해외에 있는 조직원 8명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적색수배·입국시통보요청 등 조치를 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마약 밀수범에 대한 철저한 공소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말레이시아 도피 중인 공범들에 대해서도 인터폴 수배 등을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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