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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퍼 창모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 I ‘창모 : 더 엠퍼러’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연은 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5월 9일과 10일에 열린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 영재였지 베토벤부터 모차르트 바흐 쇼팽 선배였지” (창모, ‘마에스트로’ 중)
마이크를 지휘봉 삼아 힙합계의 마에스트로가 된 래퍼 창모가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성지에 입성한다. 총 3000석, 3층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이다. 요즘 “베토벤 선배님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열심히 연습 중”이라는 창모는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았다.
“세종문화회관에 출근할 때마다 뭔가 좀 예의를 차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대리석 건물에 워낙 무게감이 있는 공간이다 보니 평소 제 모드와는 달라지는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창의적인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해요.”
래퍼 창모와 세종문화회관이 만났다.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의 첫 주인공. 창모는 오는 5월 9~10일 이틀간 ‘창모 : 더 엠퍼러(CHANGMO:THE EMPEROR)’로 공간의 경계를 넘나든 음악을 들려준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2년에 한 번씩 대중음악을 포함한 콘서트 시리즈를 하고 있는데 이번엔 좀 더 진취적이고 전위적인 아티스트를 모시게 됐다”며 “ 대중이 선호하는 예술가를 더 멋지고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만드는 것이 세종문화회관의 역할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객들에게 경계를 확장하고 예상치 않았던 경험을 주고자 창모와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니아 팬덤 중심의 힙합 공연장을 벗어나 정제된 3000석의 대극장, 그것도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입성하는 창모의 소감도 남다르다. 창모는 힙합계에 빼앗긴 클래식 영재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첼리스트 한재민이 나고 자란 강원도 출신이고, 경기도 덕소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쳤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창모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기도 했다”며 “초등학교 5학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심 므라비차의 공연을 처음 봤는데, 이곳에서 내가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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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 I ‘창모 : 더 엠퍼러’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부터), 래퍼 창모, 이광일 음악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세종문화회관에서 그간 발라드, 트로트, R&B 장르의 가수들이 공연했지만, 래퍼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사장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97%는 K-팝이고 나머지 2~3%는 힙합이 대표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며 “창모의 음악이 엄청 아름다웠다. 오케스트라를 쓰는데 거친 숨소리가 있고, 가사는 적나라한 대목이 재밌다고 느껴졌다”는 말로 창모를 선택한 이유를 들려줬다.
공연은 ‘마에스트로’, ‘메테오’를 비롯한 그의 대표곡들을 50인조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 총 4개 장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제목처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로 공연을 시작하는 1장 ‘더 드림’(The Dream)으로 문을 연다. 두 번째 장 ‘더 보이스’(The Voice), 세 번째 장 ‘더 엠퍼러’(The Emperor), 마지막 장 ‘피날레’(Finale)로 이어진다. 교향곡의 악장처럼 공연을 구성한 것이 특징. 각각의 장에선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래퍼가 된 창모의 인생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창모는 “사실 ‘엠퍼러’라는 제목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었는데 처음엔 반대했다”며 “클래식 애호가는 당연히 베토벤의 ‘황제’를 떠올리겠지만, 힙합계에선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제목이다. ‘네가 무슨 엠퍼러냐’는 이야기부터 이전 선배들의 전투도 있다 보니 염려가 됐지만, 큰 오해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창모가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롯데콘서트홀서 대흥기획의 L시리즈를 통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창모는 “사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이 내 커리어에 들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향점이 다르기에 욕심낼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나를 찾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한 번 꿈이 좌절된 경험이 있기에 미련을 갖지 말고 다른 꿈을 꾸면서 살자 싶었는데, 어릴 적 꿈꾸던 곳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모가 피아노를 접을 수밖에 없던 사연은 그의 음악 안에 조각조각 담겨있다. ‘피아노 거리던 아들의 생떼’(세레나데 중)에 ‘영창 피아노 중고’를 사다 준 어머니를 향한 ‘세레나데’에선 클래식 전공자로 살기엔 어려운 형편이 담겼다. ‘무교’지만 ‘하늘을 향해’ 빌고 또 빌던 꿈에 관한 이야기는 래퍼 창모의 음악 세계에 비장함을 더했다. 창모는 “경제적 이유로 클래식 연주자가 될 관문을 거칠 수 없었다”며 “그 당시엔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너무 커서 반항적인 가사도 많이 나왔다”고 했다. 이러한 인생 서사도 이번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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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 I ‘창모 : 더 엠퍼러’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공간의 이미지와 거친 장르의 만남이라는 이질적 결합으로 인한 우려도 있다. 창모의 음악은 힙합과 랩이면서도 서정성을 띠지만, 가사에 있어선 직설화법과 욕설이 담긴 곡도 있다. 안 사장은 “어떤 예술이든 비판과 비난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다양한 예술을 수용하며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창모의 음악도 새롭게 바라봐지길 바라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창모는 “공연을 하기로 하고 3개월 내내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며 “하지만 준비한 곡에서 불쾌감을 받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너무 심하다 싶은 부분에선 알아서 묵음 처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출 창모의 곡은 SM클래식스 전속 작곡가로 활동한 이광일이 편곡 작업을 했다. 이 음악감독은 “기존 K-팝이 전환이 빠르고, 장르가 다양하다면 랩은 비트에 집중하고 있고 반복성을 띠어 좀 더 다채롭게 편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가를 꿈꾸다 래퍼의 세계로 접어든 창모에게 음악의 본질은 하나다. 그는 “장르와 활동해 온 세계는 다르지만, 좋은 음악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은 클래식 음악가나 래퍼 모두 같다”며 “과거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무탈하게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이다”고 했다.
정제된 공연장이지만, 창모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에 없던 ‘떼창’을 약속했다. 그는 “저희 팬들이 한국 힙합 떼창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연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과 대중음악의 파격적 만남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예술의전당에 몸담았던 시절 가왕 조용필의 장기 공연을 성사한 안호상 사장은 “조용필 선생님의 공연 이후 한국의 다양한 음악가들과 협업하고 싶다는 혼자만의 생각이 있었다”며 “한 때는 서태지와의 협업을 꿈꿨고, 아직 버리지 않은 꿈은 지드래곤과의 협업이다. 기획자의 역할은 영역을 확장하는 곳이기에 이 공간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모의 음악이 세종 안에 들어왔다고 본질이 왜곡되거나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세종에서 한다고 더 고상하고 클래식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세종은 세종만의, 창모는 창모만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