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 韓 상장사 공개매수 잇따라…토종펀드와 온도 차

글로벌PEF 매수 후 상폐 추진
주가 저평가로 기업매각시 불리
상법개정 등도 상폐 촉진 요인
토종 PEF, 규제 강화 예의 주시


베인캐피탈은 국내 1위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인 에코마케팅의 최대주주 김철웅 대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고 2차례에 걸친 공개매수를 통해 에코마케팅 지분 91%를 확보한 상태다. 사진은 안다르 호주 시드니 단독매장 모습. [안다르 제공]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한국 상장사를 향해 잇따라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반면 국내 PEF들은 규제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기류다.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상장폐지 추진 등에 따른 여론 반발이 우려되는 탓도 크다. 정부의 PEF 규제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공개 매수를 둘러싼 글로벌 자본과 토종 운용사 간의 서로 다른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은 3일부터 31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케팅에 대한 3차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 최대주주 김철웅 대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고 2차례에 걸친 공개매수를 통해 에코마케팅 지분 91%를 확보한 상태다. 에코마케팅은 국내 1위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다.

스웨덴 발렌베리 계열 PEF인 EQT파트너스도 지난달 23일부터 코스피 상장사 더존비즈온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EQT는 지난해 11월 최대주주 김용우 회장의 경영권 지분을 포함해 34.83% 지분을 인수했고, 자사주를 제외한 남은 주식 57.7%를 24일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또 다른 글로벌 PEF 어펄마캐피탈은 1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코넥스 상장사 나우코스에 대한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해 지분 95%를 확보한 상태다. 어펄마캐피탈은 2022년 나우코스 지분 50.1%를 확보한 이후 2차례 추가 지분 매입을 진행했고 이번 공개매수 이후 상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PEF가 잇따라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는 상폐를 위해서다. 상장폐지는 PEF의 대표 전략 중 하나다. 경영권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원활하게 밸류업을 진행하고자 자발적으로 상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 시장 내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은 상폐를 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회사가 실제 갖고 있는 가치나 현금 창출 능력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향후 기업 매각 시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상장돼 있다면 시장 가격이 곧 기준이 된다. 시장가가 낮으면 매도자 입장에선 손해다.

지난해 상법 개정안 통과도 변수로 거론된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으로 소액주주 연대와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주주 대응 부담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주가라는 숫자가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LP나 소수주주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인수 대상 기업을 상장시켜 둘 이유가 딱히 없다”며 “최근 상법이 개정되면서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많아져 상폐할 요인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토종 PEF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2023년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쌍용C&E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한앤컴퍼니가 SK디앤디에 대해 2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한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최근 들어 토종 PEF들은 이 같은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흐름이다.

한 국내 PEF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PEF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져서 움직이기 어렵다.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 추가 투입한 자금의 차입 구조 등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공개매수는 공개된 절차이다 보니 혹시라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토종 PEF들은 정부와 국회가 논의 중인 제도 개편 방향도 주시하고 있다. PEF 규제 법안과 의무공개매수 등이다. 또 다른 국내 PEF 대표는 “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사 인수 후 상폐 딜은 부담이 크다”며 “글로벌 PEF는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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