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개편 후 원료 수급 확보가 관건
IB “원료 수급 난항시 정상화 길어져”
중동 사태와 유가 급등에 따라 투자업계가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발 충격이 단기에 그치지 않는다면 사업 재편 후 국내 석화업계 경쟁력 강화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및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수·울산 석유화학 단지 기업들은 3월 말까지 정부에 산업 재편 관련 최종 사업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수 석화단지의 여천NCC는 제2·3공장을 폐쇄하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통합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개편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로 국내 최대 에틸렌 제조사다.
울산 산업단지에서도 사업 재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S-OIL) 등 주요 업체들이 구조 개편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최종 개편안 제출을 위한 협상에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 재편 흐름 속에 중동 정세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9일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 시사와 주요 7개국(G7) 국가 재무장관의 유가 급등 대비 공동성명 등 영향으로 배럴당 80달러까지 떨어졌다.
산업 구조조정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하면서 고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석화업계 구조조정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당장 중동 정세가 석화업계 사업개편 타임라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이미 진행된 기업 간, 채권단 간 논의를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화업계 사업 재편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업계 전반에 누적된 재무 부담을 동시에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일단 중동 변수와 무관하게 사업 자체를 진행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변수와 관계없이 기업들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계획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라며 “사업 재편의 핵심 목적은 중국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한 경쟁력 확보와 채무 부담 해결”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더 큰 관심은 유가 추이보다 원료 수급에 있다. 개편 대상 기업들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나프타(Naphtha)를 주요 원료로 사용한다. 국내 나프타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는 국가 비축 물량이 있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지만 나프타는 기업 재고가 보통 1~2주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을 더 낮추거나 일부 설비가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즉, 당장 사업개편은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개편 이후 원료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 ‘정상화’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다. IB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길어지면 개편 이후 만들어지는 새로운 법인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석화 산업 수익성은 제품 가격과 원료비의 차이(스프레드)에 좌우된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마진이 축소되면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지영·안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