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 “반등 오니 분할 매수해야…유가가 가장 큰 변수”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지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파죽지세로 6300선을 뚫었던 코스피가 5000대로 내려앉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폭등과 폭락이 교차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이에 따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악재가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결과다.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졌고, 사상 첫 ‘6000피’(코스피 6000) 돌파를 이끌었던 ‘반도체’ 마저 롤러코스터급 변동성에 흔들리며, 국내 증시 전반이 휘청였다.

헤럴드경제와 긴급 진단에 나선 국내 대표 증권사 리서치 수장들은 국내 증시 향방에 대해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국제유가’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코스피의 잠재력은 높지만, 단기적으로 4900선까지 코스피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투자 전략에 관해서는 분할 매수와 관망이 주를 이뤘다.

9일 헤럴드경제는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 센터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 고태봉 iM증권 리서치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증시 흐름과 투자 전략 등에 관해 논의했다.

▶韓은 에너지 순수입국…고유가 기업 마진 악화 ‘직격탄’=국제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9일, 약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마무리 수순” 발언이 나오며 이날 80달러대로 진정됐다.

다만, 센터장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여전하고,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당분간 국제유가 흐름을 주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실물 경제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며,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한민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고유가는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라며 “기업 대부분의 마진 악화가 예상되므로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운송 통로가 막히고, 산유국들이 더 이상 원유 탱크에 저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감산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며 “사우디의 경우 7일 정도 남았는데, 감산을 단행할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 러-우 전쟁 당시 직접적인 피해는 유럽이었으나 현 이란사태의 직접 피해는 중동 의존도가 큰 아시아 국가”라며 “이란 사태는 종교적 색채와의 혼합으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처럼 조만간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과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했을 경우 리스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며 “수개월 내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한국 제조업의 운송비 비중은 매출 대비 2.5% 수준으로 매우 높다고 보기 어렵고, 에너지 비용도 유틸리티 업종 등 일부를 제외하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물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연준이 긴축정책을 펼치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감소,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 및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韓만 유독? 10%대 출렁인 증시=코스피는 지난 3~4일 미국과 이란 전쟁이 격화하며 20% 가까이 폭락했다가, 5~6일 다시 10%가량 급등한 뒤, 9일 국제유가 급등 소식에 또 다시 6%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은 장 초반 5% 급등했다. 반면 전쟁 당사국인 미국의 증시는 2% 내외의 등락을 보이는 수준에 그쳤다.

윤 센터장은 중동 사태가 유독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이유에 대해 “올해 글로벌 증시를 압도하는 한국증시의 높은 수익률과 코스피의 40%, 코스피 200의 50%를 상회하는 반도체 비중으로의 수급 쏠림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연초 상승폭이 적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50% 가까이 상승했던 터라 조정폭이 큰 상황이 이해는 간다”며 “다만, 코스피의 기본 실체는 ‘반도체 사이클’이였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물가상승 혹은 고금리 기조로 매크로 환경이 바뀌면 투자 사이클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 센터장은 외국인 이탈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주가 변동성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리스크-오프에 따른 외국인 선물 매도와 ETF 위주의 기계적 매매로 인한 등락 가속화,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 ETF 반대 매매로 인한 시장가 매도 등이 겹치며 개인, 기관 투자자 중심이었을 당시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밴드 전망 의미없어…코스피 이익은 여전”=센터장들은 변동성이 극심한 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코스피 밴드 하단을 전망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이란 및 유가 급등 사태로 인해 코스피의 이익이 훼손된 것은 아닌 만큼, 장기적인 반등을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한국은 고유가·고환율에 큰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이미 시장이 어느정도 조정을 받은 상황”이라며 “또 코스피 영업이익의 약 60%가 반도체 업종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업종의 이익이 견조한 만큼, 코스피 역시 하방 경직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이익 개선은 AI 투자가 견인하고 있고, 기술 잠재력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볼 때 관련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며 “특히 AI가 에이전트, 추론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공급업체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 센터장은 “변동이 극심한 유가가 3월 말까지 안정된다면 글로벌 물가에 큰 자극 없이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 모멘텀이 강하기 때문에 유가 안정화 시기가 일찍 도래할 수록 주가 모멘텀도 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단기 지수 하단으로 증권사 중 유일하게 4900선을 전망했다.

▶‘심리적 지지선’ 5000 붕괴시 ‘분할 매수’…“경기 민감주 피해라”=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분할 매수와 관망이 주를 이뤘다. 윤 센터장은 “5000선 지지여부를 확인하고, 중동리스크에 직결돼 있는 유가추이에 주목해야 한다”며 “5000선 붕괴 시 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 이란 사태는 시장논리로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재 시장이 상정하고 있는 강대강 대치의 상황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은 현재 최악의 상황을 가격에 반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바, 매도에 나서는 실익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피가 일부 조정을 받아서 현재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며 “사태의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V자 반등을 바라고 매수 하는 것보다는 시기를 분할해 우량주나 실적주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경기 민감주 피해야 한다”며 “최근 급등한 방산주는 수혜주인 동시에 위험자산이며, 정유주 역시 일부 마진이 좋아질 수 있지만, 고유가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경기 민감주라고 보기에는 AI 투자와 연결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반등에서도 1순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리스크 관리는 하되, 추격 매도보다는 관망과 우량주 분할 매수 전략이 더 유효하다”며 “반도체 이익 체력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저가 매수 기회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단기적 관점에서 유가 상승 수혜 업종인 정유, 조선, 방산, 해운 등으로 회피할 수 있다”며 “장기 측면에선 이익 모멘텀이 강한 반도체 등을 저가 매수한 후 보유해야 한”고 조언했다.

반도체 모멘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고 센터장은 “미국의 사모펀드 문제가 크레딧 우려를 자극, 이는 반도체 투자 싸이클에 부정적 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당장의 수요·공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대규모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에 부정적 영향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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