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난 마티스 “내 그림은 평화와 휴식”[북적book적]

신간 ‘앙리 마티스, 춤으로 완성한…’
佛 미술 거장 삶을 관통한 대표작 시선
“균형·순수의 미술…그림 보며 쉬길”

 

마티스의 ‘춤’ (두 번째 버전), 1910년, 상트페테크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갈색 피부의 나체가 둥그런 원을 만들며 춤을 춘다. 5명의 나인(裸人)은 모두 팔과 다리, 가슴, 배 등 각 신체 부위가 부풀어 있어 성별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파란 하늘과 선명히 대비되는 초록 언덕을 딛고 선 발이 유려하다. 균형감 있는 구도와 선명한 색 대비 때문인지, 아니면 나인들의 내려보는 눈빛 때문인지 신나기보단 경건해 보인다. 마티스의 ‘춤’ 두 번째 버전(1910년, 상트페테크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이다.

색채의 마술사, 현대 회화의 창시자, 야수의 선구자…. 프랑스 출신 미술 거장인 앙리 마티스는 이처럼 그를 수식하는 표현이 많을 정도로 매 순간 다양한 시도를 해온 작가다. 프랑스 미술평론가인 상드린 안드루스는 신간 ‘앙리 마티스, 춤으로 완성한 삶의 기쁨’를 통해 마티스의 생을 관통하며 그의 대표작이 어떤 생애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조명한다.

마티스는 원래 법학도였다. 아버지가 북프랑스 보앵안베르망두아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파리로 가서 법학을 공부, 법학 적격증을 취득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몸이 약했던 마티스는 병원 입원이 잦았고, 당시 무료한 병원 생활에서 취미 삼아 그림이라도 그려보라며 어머니가 사다 준 미술용품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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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19세기 파리에 모인 화가들이 그리했듯 다른 작가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초기 사실적인 정물화나 인물화를 위주로 그렸던 마티스는 폴 세잔을 만나 빛에 관심을 갖게 됐고, 반 고흐와 에밀 베리의 영향으로 색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베리의 곁에서 작업을 하면서 그가 원색만으로도 내 팔레트에서보다 훨씬 밝은 색조를 얻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리는 마티스의 팔레트에 남아있던 어두운 갈색에 애정을 갖게 된다.

빛을 향해 나가던 앙리 마티스의 작품만 보면 그의 인생이 평탄하기만 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두 번의 이별과 가족의 무관심,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지병에다 두 번의 세계대전은 예민한 예술적 감성을 가진 그를 매 순간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예술가들처럼 불안과 절망 속에서만 머물진 않았다. 그러곤 한 가지 질문을 계속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런 점이 마티스가 동시대 예술가들과 구분 짓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고통을 작품의 주제로 확장하지 않았다. 대신 여전히 가능한 감각과 감정을 찾아내 화면 위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냈다. 대상의 디테일을 단순화하고 색의 수도 3~5색으로 제한했지만, 안정된 구도와 선명한 색의 대비를 통해 균형감을 만들었다. 이에 그의 작품이 화려하고 밝은 색감으로 이뤄져 있는데도 평온이 느껴지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나는 균형과 순수의 예술을 추구한다”면서 “지치고 피곤하고 피폐해진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평화와 휴식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앙리 마티스, 춤으로 완성한 삶의 기쁨/상드린 안드루스 지음·고봉만 옮김/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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