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 아미 온다는데”…‘벌집 캡슐호텔’ 규제 법령이 없다

14일 화재 발생 서울 소공동 캡슐호텔, 바닥 면적 291㎡
300㎡ 이하 숙박시설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어
객실 수 상한 두지 않는 법령도 보완 필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캡슐호텔에서 14일 일어난 화재사고 조사를 위한 열린 경찰·소방 등 합동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 중구 소공동의 캡슐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캡슐호텔 등 소규모 숙박시설에 대한 제도개선이 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시설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을뿐더러 소방 당국의 정기 단속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불이 난 캡슐호텔의 바닥면적은 291㎡로 , 300㎡ 이상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한 현행법에 따라 설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캡슐호텔은 침대가 놓인 캡슐 형태의 잠자는 공간 여러 개가 벌집처럼 복층으로 붙어 있는 구조의 호텔이다. 일본에서 시작됐으며, 서울 을지로, 명동, 동대문 등에서 2015년 부터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18년에는 의무 대상을 기존 11층 이상에서 6층 이상 숙박시설로 확대했고, 2022년 12월에는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 600㎡ 미만일 때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해당 캡슐호텔 운영 업체는 설치 의무가 없다 보니 소방서에서 진행하는 정기 점검 대상에서도 포함되지 않았다.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캡슐호텔에서 14일 일어난 화재사고 조사를 위해 열린 경찰ㆍ소방 등 합동감식.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화재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최근 1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소규모 숙박시설이 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은 변화하는 숙박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숙박업소는 2016년 말 1995개에서 올해(1월 1일 기준) 2576개로 증가했으며, 캡슐호텔, 에어비앤비 등 소규모 업태가 이러한 증가세를 주도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24년 5월 3층을 사무소에서 일반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6층을 일반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한 뒤 숙박업 등록을 마치고 영업을 해왔다.

캡슐 형태의 숙박업소도 늘었다. 서울시가 파악한 시내 캡슐호텔 62곳 중 도심권(중구 19곳·종로구 6곳)에만 25곳이 밀집해 있다. 서울시는 이들 중 상당수가 300㎡ 미만의 소규모 시설로서, 소방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소방·자치구와 합동으로 62개소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소규모 숙박시설의 경우 객실 수 제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상 숙박업소는 독립된 구획만 갖추면 될 뿐 객실 수 상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300㎡ 미만 시설에서도 공간을 촘촘히 나눠 수십 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을 크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일본 국적 투숙객 1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중 50대 여성 1명은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캡슐호텔에서 14일 일어난 화재사고와 관련, 경찰·소방 합동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서울시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캡슐호텔 화재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 객실 밀집 구조로 인해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숙박시설에 대한 소화 설비 보강 필요성을 관계기관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이 스프링클러와 자동 확산 소화기 설치 지원 등 초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보완 대책을 살펴보는 동시에 소방·자치구와 안전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실효성 있는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검토는 물론, 외국인 투숙객을 위한 다국어 안내 체계와 옥외 대피로 확보 여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 등은 공연이 열리는 21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전 세계 ‘아미(BTS 팬덤)’를 비롯해 최대 26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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