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금 [123RF]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정학적 위기가 오면 외려 빛을 발하곤 해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도 꼽히는 금이 이란 전쟁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려 다른 자산보다 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의 지위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제 금 현물가는 개전 직전일인 지난 달 27일 이후 약 17% 하락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이번 현상은 전쟁 전 금값 폭등, 각국 중앙은행의 태도 변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도 “금의 장기적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값의 17% 하락은 같은 기간 영국의 장기 국채와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각각 11% 빠진 일과 비교해도 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금이 지난해 한 해 약 65% 급등해 과열 양상을 보였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시작 전인 올해 1월29일 금은 종가 기준 온스당 5375.24달러였다. ‘포모’(FOMO·소외되는 일에 대한 두려움) 심리로 투기 자금도 대거 몰린 상태로 보였다.
이 때문에 전쟁 발발 후 시장 변동성이 증폭하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차익 실현을 했고, 이러한 파장으로 금값의 하락 폭 또한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 가격의 버팀목이었던 각국 중앙은행도 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앞다퉈 금을 비축했었는데, 막상 전쟁이 터지자 국방비와 에너지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금 매도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란드와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실제로 자국 통화 방어와 재정 확보 등을 이유로 금 매각의 가능성을 시사 중이다.
![]() |
| 서울 종로구 삼성금거래소에 다양한 골드바가 놓여져 있다. [연합] |
채권 금리(수익률) 상승도 금의 매력을 낮추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금은 이자가 없는 대표적인 무수익 자산이다. 외려 보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포기하고 대신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이번 하락은 금의 근본적 가치 변화라기보다, 과도한 랠리 후 단기적 조정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에 대한 헤지 도구로 금의 장기 펀더멘털은 견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자산 배분으로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은 금으로 보유하되, 금 비중이 너무 커 밤잠을 설칠 정도라면 일부 수익을 실현해 비중을 조절하는 조처도 필요할 수 있다”는 조언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금값 하방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TD증권의 댄 갈리 원자재 전략가는 “금은 지난 1년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광범위하게 보유하게 된 자산이지만, 이러한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에도 금 가격은 그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