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값 기습 인상…도색·방수 업체 ‘충격’

<미국-이란 전쟁 한달, 페인트 업계에도 불똥>
국내 페인트 제조사, 10~55% 큰폭 인상
낙찰후 인상가 반영 불가…업체 ‘발 동동’
“페인트에도 가격상한제 도입” 지적 대두


국내 페인트 제조사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페인트 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하는 원유 확보가 차질을 빚자 페인트 가격을 일제히 인상해 울산 지역 도장공사 업체들이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아파트 외벽 도장공사 모습. 울산=박동순 기자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을 지나면서 중동발 원유 수급 차질로 페인트 가격이 급격히 올라 지역 건설업계에서도 “악~”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울산 지역 도장공사 업체인 A사는 지난주와 이번주 국내 대표 페인트 제조업체인 ㈜노루페인트와 ㈜KCC로부터 ‘도료제품 공급단가 조정’ 공문을 받았다.

주요 내용은 건축용 페인트 등 제품별 가격을 노루페인트는 공문 전달 일주일도 안 된 지난 23일부터 20~55%를, KCC는 공문 전달 2주 후인 다음 달 6일부터 10~40%를 인상한다는 것이었다. KCC는 도장 불량 예방에 필수인 도료 희석제 ‘시너’는 공문 전달 즉시 가격을 인상했다.

이 공문은 A사를 비롯해 울산 지역 대다수 업체에 전달됐고, 이를 접수한 업체들은 당장 시행해야 할 공사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인상 내역을 보면, 아파트 외벽 도색과 옥상 방수공사에 필요한 ▷수성페인트 18ℓ들이가 5만2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시너는 18ℓ들이가 3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우레탄 방수페인트는 20㎏들이가 5만6000원에서 7만원대로 각각 인상돼 공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도색 및 방수공사는 입찰 때 공사 금액이 결정되고, 이후에는 자재값이 오르더라도 상승분을 반영하기가 불가해 지역의 도장 관련 업체들이 미국-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도료의 특성상 날씨가 좋은 봄철에 주로 공사가 이루어지는데, 이번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를 따내고도 작업을 할 수 없어 영세 업체들은 자칫 부도로 이어질까 우려되고 있다.

B업체 대표는 “공사를 하자니 낙찰가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공사를 안 하자니 당장 20여 명의 직원 월급이 걱정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쟁으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Naphtha) 확보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수요 나프타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프타는 기본 소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와 함께 페인트·세제 등 정밀화학 제품 제조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

KCC 관계자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가 부담 때문에 공급 가격 유지가 힘들어 대량 구매 고객들에게 가격 인상을 통보할 수밖에 없어 제조사로서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업체 대표는 “전쟁 한 달 만에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큰폭의 가격 인상은 도장업을 생업으로 하는 업체에게는 ‘죽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격앙했다.

D업체는 “인상 전에 구매하려 발주를 넣어도 제작사가 제작 공정 등을 이유로 ‘통보된 인상일 이전에는 출하 불가’라고 해 미리 구매할 수도 없다”며 “국내 페인트 제조사들이 한꺼번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담합이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노루페인트와 KCC뿐만 아니라 삼화페인트, 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 국내 페인트 제조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석유 가격의 최대 판매 가격을 제한하는 ‘기름값 상한제’처럼 지역 건설업계의 경제 활동을 위해 페인트에도 가격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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