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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제지 천안공장 전경 [한솔제지] |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포장재까지 개발·공급
에코바디스 플래티넘 3년 연속, 온실가스 257t 감축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충남 천안의 한 공장에서는 매일 수백 톤의 종이가 태어난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흔히 사무실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인쇄용지가 아니다. 화장품 패키지에 손끝이 닿는 순간 느껴지는 그 독특한 감촉, 영수증 기계에서 잉크도 없이 선명하게 찍히는 글자, 스티커 뒷면을 지탱하는 반투명의 얇은 종이. 이 모든 것이 한솔제지 천안공장에서 나온다. ‘K-특수지’의 산실 천안공장 얘기다.
1993년 첫 가동 이래 올해로 33년째를 맞은 천안공장은 2003년 한솔파텍에서 한솔제지로 합병되면서 특수지 전문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3만평 규모의 부지에 초지기 3대와 코팅 설비 3대를 갖추고 연간 약 10만t의 특수지를 쏟아내는 이 공장은, 한솔제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날 역할을 맡고 있다.
천안공장이 다루는 제품군은 100여 종에 달한다. 고급 인쇄용지와 디자인용 팬시지, 전사지, 글라신지, 감열지까지. 전사지는 열이나 압력을 가하면 그림이나 문양이 의류나 컵 같은 다른 소재로 옮겨지는 특수 종이다. 글라신지는 표면이 매끄럽고 반투명한 종이로 스티커나 라벨의 받침지로 쓰인다. 감열지는 잉크 없이 열만으로 글자와 이미지를 찍어내는 종이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 드는 영수증 한 장에 이 공장의 기술이 녹아 있다.
천안공장은 지난 2022년에는 그라비아 코터(CM 54호기)를 도입해 종이 표면에 기능성 코팅을 정밀하게 입히는 역량을 강화했다. 오프엠보 설비는 분당 약 100m 속도로 회전하며 단면은 물론 양면 엠보 가공까지 소화한다. 종이 표면에 입체적인 촉감을 더하는 이 설비 덕분에 화장품 패키지처럼 감성적 질감이 중요한 제품도, 강도와 내구성이 요구되는 전자제품 포장재도 천안공장에서 함께 소화된다.
생산 라인에서는 표면의 평활도와 두께 편차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기준을 한 치라도 벗어나는 제품은 즉시 선별된다. 공장 관계자는 어떤 품질이라도 균일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천안공장의 또 다른 얼굴은 친환경이다. 한솔제지는 국내 제지사 중 유일하게 중앙연구소를 운영하며 다년간 R&D 역량을 쌓아왔다. 그 결실이 프로테고(Protego)와 테라바스(Terravas)다. 프로테고는 플라스틱과 필름을 대체하는 종이 소재이며, 테라바스는 폴리에틸렌(PE) 코팅 대신 수용성 코팅을 적용한 친환경 식품포장재다. 비닐 포장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리에 종이가 들어가는 변화를 이 공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디자인 시장을 겨냥한 자체 브랜드 ‘인스퍼(INSPER)’도 천안공장에서 탄생한다. ‘영감을 주는 종이’라는 뜻을 담은 인스퍼는 색지, 무늬지, 재생용지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재생펄프 함유율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디자인과 친환경을 동시에 원하는 고객 수요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브랜드다.
공장 운영 전반에도 친환경 기조는 깊이 뿌리내렸다. 2024년 한 해 동안 천안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는 약 4.18TJ(테라줄)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약 257t의 배출을 줄였다. 연료 전환과 폐열 회수, 공정 효율 개선도 함께 추진 중이다. 폐수처리 시설은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처리를 거친 뒤 방류하며, 수질자동측정기기(TMS)로 산도(pH), 부유물질(SS), 유기물(TOC) 등을 실시간 감시한다.
자체 목표 기준은 법적 허용치의 80% 이하다. 외부 전문기관 분석과 사내 실험실 검사를 병행하는 이중 점검 체계까지 갖췄다. 한솔제지 전 사업장은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로부터 3년 연속 플래티넘 등급을 받아 상위 1% 수준의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