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다페스트 한복판,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 버거킹의 프리미엄 메뉴판에 낯선 이름이 떡하니 걸렸다. 바로 한국에서 온 ‘고추장’이다. 헝가리까지 진출해 현지인들의 입맛을 지휘하고 있는 고씨 성을 가진 강력한 추장님이라니, 묘한 반가움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사실 이 매콤한 코리안 추장님이 헝가리에서 환대받을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헝가리는 유럽 내에서도 알아주는 ‘매운맛 부심’이 있는 나라다. 전통 요리인 ‘굴라시’를 비롯해 온갖 요리에 파프리카 가루를 듬뿍 넣는다.
이들에게 한국의 묵직한 매운맛은 낯설지만 묘하게 끌리는 교집합이었다. 과거 10대들의 눈물 쏙 빼는 ‘라면 챌린지’로 시작한 K-푸드의 열풍은 어느새 고추장, 간편식으로 뻗어나가며 현지 식탁을 점령했다. 그 결과 지난해 헝가리의 한국 식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197.2%나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주방을 넘어 화장대에서도 한국 제품의 활약이 눈부시다는 점이다. 콧대 높은 뷰티 종주국 유럽의 대형 드럭스토어 명당 자리를 한국 화장품이 꿰찼다. 이들이 K-뷰티에 열광하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현지의 결핍’을 채워준 혁신이 작용했다.
유럽은 석회수가 섞인 물과 건조한 기후 탓에 피부가 쉽게 상한다. 기존 유럽 화장품이 꾸덕한 크림으로 덮는 데 집중했다면, 한국 화장품은 가볍고 산뜻한 수분감과 세분화된 스킨케어 루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유럽 선크림 특유의 끈적임과 허옇게 뜨는 백탁 현상을 없앤 로션 같은 한국형 선크림은 현지 젊은이들의 오랜 불편함을 정확히 해결했다. 틱톡 등 숏폼으로 정보를 얻고 동네 매장에서 지갑을 여는 이들에게 K-뷰티는 가성비 넘치는 홈케어이자 힙한 문화가 됐다. 화장품 역시 2025년 연간 수입액 기준 전년 대비 56.4%나 껑충 뛰어올랐다.
헝가리 젊은이들은 고물가를 겪으며 평소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제품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앰비슈머(Ambisumer)’ 성향이 강해졌다. 싼 가격만 찾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효능과 트렌디한 감성을 찾는 이들에게 한국산 소비재는 완벽한 ‘합리적 프리미엄’으로 다가온 것이다.
헝가리 상점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제품들을 보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뷰티 화장품의 경우, 당당히 헝가리 수입 대상국 12위에 오르며 헝가리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졌다.
이 뜨거운 열기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앞선 사례들이 증명하듯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혁신에 있다. 단순한 이국적 호기심에 기대는 것을 넘어, 현지인의 일상적 결핍을 파고들어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 매콤한 선발대의 성공을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 현지의 약점과 우리의 강점을 결합하는 정교한 전략 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현 코트라 부다페스트 무역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