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AI 인프라 조달’ 첫 무역장벽 지목…투자 합의 뒤 더 거세진 디지털 압박

USTR ‘2026 무역장벽보고서’ 발간…
‘온플법’과 ‘AI 인프라’ 조달 정책 정조준
절충교역·농산물검역 문제 제기도 유지
“양국 간 협의 통해 선별·협의, 판단하는게 중요”

 

USTR 홈페이지 캡쳐화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조달 제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026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불만이 상당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법안, 망 사용료 정책, 결제 서비스 장벽과 복잡한 인증·보안 기준 등도 언급됐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염전 강제노동까지 언급돼 현재 미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 중인 301조와 관련해 추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USTR은 전날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작성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다. USTR는 매년 3월 말께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연례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확정된 ‘한미 전략적 무역·투자 합의’에 따른 3500억달러 규모의 한국 측 투자 계획을 명시했으나, AI·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산업 분야로 문제 제기를 확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올해 새로 포함된 ‘AI 인프라 조달’ 항목이다. USTR은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 칩과 추가 클라우드 자원 조달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해,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의 입찰 참여가 사실상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이해관계자들은 국가 핵심 기술을 다루는 기업을 위한 클라우딩 컴퓨팅 사용에 대한 새로운 지침 마련을 위해 산업부와 협력해 왔다”며 “해당 지침을 가능한 한 신속히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제3국 경유 등을 통한 우회 수출 등 ‘관세 회피(duty evasion)’를 차단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미국과 구축하지 않은 점도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는 문제 제기 자체는 유지됐지만, 올해 보고서에서는 규제의 영향에 대한 평가보다는 입법 추진 상황과 제도 설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보고서는 “공정위, 국회 등을 포함한 우리 정부가 글로벌 및 한국 내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디지털 서비스 제공 업체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제안은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수의 미 대기업에 적용되는 반면 다른 많은 주요한 한국 및 다른 나라 기업은 제외된다”며 미 기업들이 이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소통 개선을 촉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플랫폼 규제 법안 등을 지적한 대목으로, 지난해 쿠팡 사태 등을 계기로 한미 간 통상 협의 때도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보고서는 또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의 전략적 무역·투자 협력 내용을 반영해 한국이 농림축산검역본부(APQA)에 미국 전담 창구를 설치한 사실을 적시했다. 기존에 지적됐던 사안은 대부분 유지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가공 쇠고기 제품 금지, 농산물 검역 지연 문제, 잔류농약 기준 규제 등을 주요 위생장벽으로 재지적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배출 관련 구성요소(ERC) 규제의 불명확성과 규제 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반복 언급됐고, 의약품 분야에서도 약값 결정과 보상 체계의 불투명성이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절충교역(offset)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재차 포함됐다. 미국은 한국이 방산 조달 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는 구조가 시장 접근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조달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과 물리적 망분리 규제가 여전히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USTR은 제도 개선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간 등급 이상의 인증을 획득한 외국 기업이 없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 염전에서의 강제 노동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은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통해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런 물품들이 한국 시장에 유입돼 경쟁하는 것이 가능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인건비가 인위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고 했다. 강제 노동은 현재 USTR이 한국 등 60여 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10일부터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도 한국 시장 내 노동 환경의 변화 중 하나로 언급됐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및 결사의 자유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추세로 분량이 증가했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비관세 항목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NTE 보고서에는 미국 정부 굉장히 중요시하는 이슈도 있지만 일부 기업들이 여러 나라에서 밖에서 기업활동 하면서 애로사항 있을 때 제기하면 일단은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양국 간 협의 통해서 선별해서 협의하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