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災로 드러난 광명 신안산선 붕괴사고…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

사조위, 사고조사 결과·재발방지책 발표
설계오류 발생했지만 제대로 감리 안 돼
일부 점검 미실시 드러나…행정처분 방침


지난해 4월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4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는 설계·시공·감리 단계의 전반적 부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 과정에서 발생한 하중 계산오류, 부적정한 시공관리, 정기안전점검 미실시 등 복합적 원인으로 붕괴가 일어났다. 국토교통부는 확인된 사고 원인을 바탕으로 유사사고 재발방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2일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사조위는 지난해 4월 신안산선 5-2공구 사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산·학·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전체회의, 현장조사, 관계자 청문, 품질시험 등 입체적 조사를 진행했다.

하중 2.5배 작게 계산·일부 점검 미실시…국토관리청, 고발 및 행정처분


사조위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설계·시공·감리 단계별 부적정으로 인해 발생했다. 우선 2아치터널의 중앙기둥 설계 시,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간격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잘못 계산했다. 이 때문에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2.5배 작게 계산해 버티는 힘이 부족한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사고구간 내 단층대를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터널굴착 중에 지반분야 기술인이 1m마다 막장을 직접 관찰해야 하지만 일부 작업에서 이를 사진 관찰로 대체했고, 시공사가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상 실무경력 5년 이상 고급기술자가 이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격 미달인 기술인이 관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설계오류가 있었음에도 착공 전 설계감리 절차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시공사는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변경을 했지만 이때도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중앙기둥의 제원, 철근량 등을 동일하게 유지했다.

지난해 4월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모습. [연합]


뿐만 아니라 시공사는 매일 공종별로 실시해야 하는 자체안전점검, 터널에 대한 정기안전점검, 균열관리를 실시하지 않았고 중앙기둥 파괴의 전조증상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도서에 제시된 터널 시공 순서를 변경하면서도 구조적 안전성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및 부적정 사항과 관계법령 준수여부 확인을 위해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국토안전관리원, 한국도로공사,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올해 2월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건설기술진흥법 관련 ▷막장면 관찰자의 기술인 자격 미흡, 암질변화에 따른 암판정 미실시 등 안전관리계획 미준수 ▷정기안전점검 일부 미실시 ▷2아치터널 지보공의 시공순서 변경 후 구조적 안전성 확인 미실시 등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공사 일부를 하도급받은 종합건설업자가 전문건설업자에게 재하도급할 경우,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아야 하나,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 이런 절차없이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각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벌점·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지반조사 및 중앙기둥 안전관리 강화 등…재발방지대책 제안


사조위는 유사사고 예방을 위한 재발방지대책으로 ▷설계·시공 중 지반조사 강화 ▷중앙기둥 안전관리를 위한 기준·절차 강화 등을 제안했다.

먼저 터널 공사 시 지반조사를 강화한다. 설계 시 시추조사를 보다 촘촘히(현행 100m→개선 50m 이내)해 지반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또한 터널 시공 시 막장면 관찰자의 자격을 지반공학·지질 관련분야 전공자에서 토질·지질분야 중급기술자로 상향하고, 막장면 관찰 결과는 고급기술자 이상인 감리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앙기둥에 대한 설계 및 시공단계의 기준·절차도 강화한다. 설계 단계 터널 안정성 해석 시 다중 아치 터널의 중앙기둥에 대해 굴착단계를 고려한 3차원 해석을 의무화한다.

시공 단계에서 다중 아치 터널의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조사는 정기조사(일반 콘크리트구조물 대상 실시)와 함께 추가조사를 실시하도록 보완하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통해 계측관리를 의무화한다. 또한 터널공사 중 총 3회 실시하고 있는 건설기술진흥법상 정기안전점검의 경우 터널의 구조, 주변 지반여건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결과를 관계부처, 지방정부 등에 통보해 사고사례 전파, 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설계 과실, 시공 및 감리 부실 등에 따라 설계사·건설사·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등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내 행정처분을 결론 내린다는 목표다. 박명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 직무대리는 “영업정지는 관련법에 따라 설계·시공감리사에 대해선 최대 12개월, 시공사에 대해선 최대 8개월까지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관계청문 절차도 진행돼야 하고 과실 여부, 고의성 여부를 조사해야 해서 (처분 결정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법령 의무위반 등 형사처벌 사항에 대해선 경찰,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에 조사결과 일체를 공유하는 등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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