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공장 화재’ 현대차·기아 멕시코 부품 긴급조달 ‘숨통’

흡기밸브 조달, 13일부터 순차 가동
하이브리드 라인은 정상화 시간 필요
기아 광명·동희오토 등도 가동 차질
공급망 다변화 필요 재부각 속 한계도



대전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 화재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현대자동차·기아가 멕시코에서 부품 조달에 나섰다. 멕시코산 엔진 밸브를 ‘역수입’해 일부 엔진라인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하이브리드 차종 생산을 비롯해 완전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엔진공장 내 감마·세타 엔진 생산라인은 오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멕시코 소재 협력업체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 납품하는 부품을 역수입해 급한불 끄기에 나서면서다. 해당 부품은 감마·세타 계열 엔진에 적용되는 ‘IN측 밸브(흡기 밸브)’다. 해당 라인은 지난달 20일 안전공업 화재 이후 1차 휴업(3월 30일~4월 3일)에 이어 이달 10일까지 2차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엔진밸브는 연료와 공기가 유입되고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과정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수급이 막히면 엔진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안전공업은 현대차·기아 주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밸브를 대량 공급해 온 업체로, 화재 이후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며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부족한 물량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가동하고 있다. 멕시코 외에도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엔진밸브를 긴급 조달하는 이른바 ‘역수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엔진밸브는 공급사가 제한적인 고난도 부품인만큼 단기간 내 충분한 물량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엔진 라인은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카파(Kappa) 기반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라인은 이달 6일부터 10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코나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밸브 재고가 완전히 소진된 영향이다. 현재는 남아 있는 일부 재고를 활용해 아반떼 하이브리드 엔진만 제한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엔진 생산 차질은 변속기와 완성차 조립라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속기 공장의 경우 전륜 8속과 후륜 8속 라인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기존 8시간씩 운영되던 2교대 체제가 6시간, 4시간 근무 형태로 단계적으로 단축됐다.

반면 소형차에 적용되는 IVT(무단변속기)나 신소형 수동변속기(MT)는 동희오토 물량과 해외 밀린 주문(백오더) 대응을 위해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완성차 조립 공장 역시 감산 체제에 들어갔다. 제네시스 GV60·GV70(EV 포함), 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은 4월 둘째 주(6~10일) 공피치 운영(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조립 차량 없이 가동하는 방식)에 돌입한다. 해당 기간 21라인은 약 450대, 22라인은 150대 수준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으며, 주말 특근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부품 수급 불확실성으로 추가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조치다.

기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오토랜드 광명 내 카파 엔진 라인은 이미 부품 부족으로 휴무에 들어갔으며, 연계 공정까지 축소가 확산되고 있다. 경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공장도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엔진 생산 차질이 완성차 조립라인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병목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해외 조달과 생산 서열 조정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상반기까지는 계속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공급처를 늘리려면 모든 업체가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맞추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처럼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공급업체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수·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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