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사다리 펼쳤는데 아랫집 세탁기 문에 걸려…청라 신축 오피스텔 무슨 일?

하향식 피난구와 세탁기 근접해 간섭 발생
입주 예정자들 “화재 시 대피 못하면…” 우려


하향식 피난구 덮개가 세탁기 문과 부딪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서 일부 세대의 하향식 피난구(비상 사다리)가 제구실을 못하게 설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사용승인을 받고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구 청라동의 한 오피스텔 일부 세대가 하향식 피난구 관련 민원을 시공사, 소방당국, 인천경제청 등에 제기했다.

하향식 피난구는 화재 발생 시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게 발코니에 설치된다. 바닥 덮개를 열면 철제 사다리가 펼쳐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피난구 옆에 옵션으로 설치된 세탁기와 건조기의 문이 특정 각도에 놓일 경우 피난구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래층 세대의 세탁기 문이 열려있는 경우 위층 세대는 비상시 사다리를 제대로 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오피스텔 입주예정자인 40대 A 씨는 “지난 1월 사전 점검 이후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다”며 “시공사는 ‘세탁기와 건조기 문을 항상 닫아달라’고 적힌 안내문을 배포한 것을 대책으로 내놨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공사나 유관기관이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한다”며 “화재 시 대피를 못해 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현재의 하향식 피난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피난구 위치를 바꾸거나 옵션으로 포함된 세탁기 위치를 조정하는 등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피난구와 세탁기 등이 근접해 간섭 우려가 있는 곳은 전체 3개 동, 702세대 규모인 이 오피스텔가운데 17% 가량인 118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현장 점검 결과 위법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하향식 피난구를 통한 피난에 큰 지장은 없지만 세탁기 문 등으로 방해될 우려가 있어 시공사에 개선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입주민과 시공사 간 협의를 통해 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오피스텔의 하향식 피난구 설치는 건축법상 의무 사항은 아니라 별도의 조치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법적 기준에 맞춰 소방 시설을 설치했고 소방 당국 권고에 따라 관련 안내문도 각 세대에 전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오피스텔에는 23층과 옥상(48층) 등에 대피 공간이 별도로 있고, 하향식 피난구는 세대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설치한 것”이라며 “실제 사용에는 큰 문제가 없어 위치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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