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파견 검토·홍해 우회로 지원
업계, 미주·아프리카 도입선 다변화
수출효자산업 “산업안보 보루 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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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승용차 이용을 홀짝제로 제한하는 공공 2부제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차량 출입구에 2부제 시행 관련 내용이 담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 이후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에너지 절약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윤창빈 기자 |
중동 사태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와 정유업계 모두 대체 원유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산유국과의 협의를 확대하고 우회 운송로 확보에 나서는 한편, 업계는 전 세계로 원유 도입선을 넓히며 수급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7일 국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알제리 등과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특사 파견 등도 검토하며 대체 공급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는 만큼 기존 중동 의존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앞당겨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산유국에 ‘원유 특사’…선박 ‘홍해 우회로’ 허용=정부는 운송 지원도 병행 중이다. 산업통상부와 해양수산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원유 운반선에 대해 홍해 항로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동 전쟁 이후 유지해 온 운항 자제 기조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해 우회로는 사우디 동부 산유지대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항까지 보낸 뒤 선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계약이 확정된 물량부터 선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추가 계약분도 즉시 운항 가능 여부를 안내할 방침이다.
정유업계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도 중동산 원유 외에 미국, 캐나다, 가봉, 콩고,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원유를 구매해 대체 공급선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스팟(Spot, 현물거래) 시장에서 중동산 및 아시아 역내 원유는 중동 정세 불안과 선적 차질로 높은 프리미엄이 붙고 있고, 유럽 및 아프리카산 원유 또한 중국·일본의 매입 증가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럼에도 대체 가능한 물량이라면 신속히 검토해 실제 구매로 발 빠르게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석유공사 원유 수입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71.5%에 달했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2025년 69.1%로 감소한 반면 북미산 원유와 아프리카산 원유는 같은 기간 각각 21.6%, 1.7%에서 23.1%, 2.2%로 증가했다. 올해도 전쟁 전인 1~2월 두 달간 북미산 원유와 아프리카산 원유 도입 비중은 각각 23.3%, 2.8%를 기록했다.
▶업계, 대체 공급선 확보 사활…다변화 노력 가시화=최근 사우디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하는 등 중동산 원유 가격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어 국내 업계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은 실효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5월 아시아로 수출되는 아랍 경질유종의 OSP를 중동산 벤치마크 유가 대비 배럴당 19.5달러로 책정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급 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처럼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전쟁 시작 17일 만인 지난달 16일에 비축유 방출을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비축유 스와프(교환) 제도 운용에 따라 이달 말부터 5월 사이에 방출이 검토되고 있다.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능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너지를 낸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에서도 원유 조달과 정제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은 국내 정유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급 문제가 발생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한국의 석유제품 공급에 의존하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유·휘발유·항공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한국 정부의 추가적인 석유제품 수출제한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망서 역할 커진 韓 정유산업…“국가 산업 안보 핵심”=정유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대표적인 수출 산업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약 455억달러, 정유산업과 연산공정으로 이어진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약 425억달러였다. 정유·석유화학산업 합산 수출액은 약 880억달러로, 반도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원유도입액 약 684억달러 중 66.5%를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하며 국가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임에도 국내 업계가 2007년부터 약 34조원을 다양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제 유연성을 확보한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정제능력은 일산 337만4000배럴로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에너지 위기 상황을 통해 정유·석유화학산업을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주요 제조업 전체의 생존을 담보하는 국가 산업 안보의 핵심 보루로 간주해야 한다”며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 전략적 우회 물류망 확보 등 민·관이 협력해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