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끝날 때까지 휴전”…‘2주 휴전’ 만료 직전 일방 선언

시점 제시 없어 사실상 ‘무기한’
이란, 무력대응 의지…대화 변수
“美 인정 못해…2차 회담도 불참”

 

요르단 국기를 매단 화물선이 21일(현지시간) 걸프만에서 호르무즈해협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다.[AP=연합]

요르단 국기를 매단 화물선이 21일(현지시간) 걸프만에서 호르무즈해협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주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협상이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종료 시한을 못 박지 않은, 사실상의 무기한 휴전 연장이다. 이란은 이를 미국의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벌기’라 규탄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국익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가 예상대로 심각한 분열 상태에 있다는 점과,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원수 및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란 지도부와 대표들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군에 봉쇄를 지속하고, 그 외 모든 면에서 준비 태세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이란 측의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discussion·양국 간 협상)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 공언했다.

이번 휴전 선언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성사된 2주 휴전이 만료되기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나왔다. 2주 휴전만 해도 애초 21일까지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저녁까지라며 하루 연장한 바 있다. 이는 21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이란 간 2차 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도 휴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21일 오전 8시께 진행됐던 미 C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휴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한 것은 이란과의 확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의 이유로 이란 내 의견 분열과 파키스탄의 요청을 들었다. 휴전 시한도 이란 내에서 통일된 의견이 나올 때까지라고 정해, 유연한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면 몇 달 이상의 장기 휴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트럼프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참모는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분명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 벌기용 계책”이라며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에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란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이란은 21일로 예정됐던 2차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준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21일 이란은 미국의 약속 위반으로 인해 종전 협상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 당시, 미국은 초기 합의된 틀을 벗어난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며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의 협상 방식에 대해 “미국이 전장에서의 실패를 협상장에서 보상받으려 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타스님 통신은 “이란은 현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며 “미국의 방해로 인해 적절한 합의에 도달할 가망이 없고, 미국이 제시하는 문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 이란 해상봉쇄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잠시 여는 등 협상을 위한 선의를 보였으나, 미국이 해상봉쇄를 지속하면서 사실상 휴전협정을 어겼기 때문에 2차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휴전 연장도 의미 없다는 게 이란 측 주장이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애초 이날 오전 파키스탄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후까지 백악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2차 회담이 언제 어떻게 열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연장하며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유보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고, 이틀 뒤에는 이란과 협상 중이라며 5일간 공격을 유예했다. 공격 유예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이를 열흘 더 연장하겠다고 했고, 열흘 연장 기일 마지막 날에는 양국이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 휴전에 돌입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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