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5억7천만달러 추가 지출
수입 의존도 70% 항공유 “몇 주 안에 공급 부족”
어민들 조업도 중단할 정도…화학 업계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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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쇠네펠트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 전쟁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다시 대규모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은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대응책을 내놨지만, 산업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되며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추가 지출한 비용이 240억유로(약 280억5천만달러/한화 약 4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때문에 하루 평균 약 5억8700만달러(약 8600억원)가 추가로 나간 셈이다. 집행위는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 비용만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입 화석연료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상반기 내내 이어지고 에너지 공급 차질이 확대될 경우 유럽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장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항공유부터 공급부족 리스크를 맞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럽 국제공항협의체(ACI)은 유럽이 항공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주 내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항공유 가격이 전쟁 이후 두 배로 급등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10월까지 항공편 2만편을 감축하기로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현재 유럽 항공유 재고는 약 50일분으로 정상 수준이지만, 6월까지 해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른 지역은 더 빠르게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U는 항공유와 디젤 등 주요 연료의 공급 부족을 신속히 파악하고, 회원국 간 비축분 공유를 조율하는 범유럽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이 밖에도 소득 지원, 에너지 바우처, 전기세 인하 등의 조치도 제안했다. 유럽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의 올리비에 얀코벡 사무총장은 “가격 충격 완화를 위해 항공 관련 세금을 긴급히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연료 공급 부족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업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일부 어민들이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 조업을 중단할 정도다. EU는 어업 종사자와 수산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스타스 카디스 EU 수산·양식 담당 집행위원은 “통제할 수 없는 위기가 생계를 위협할 때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 산업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 최대 화학기업인 BASF는 사료용 포름산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일부 제품 가격을 30% 이상 인상했다.
독일화학산업협회는 CNN에 “이란 전쟁이 독일 경제 회복 기대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며 “주문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공장 가동 중단과 인력 감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