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發 에너지 공급망 재편…K-조선 ‘구조적 수혜’ 부상 [투자360]

1일 서울 영등포구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에서 열린 이란 전쟁의 진실과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관한 토론회에서 호르무즈해협 지도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란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단기적인 유가 급등을 넘어, 공급망 구조 자체가 흔들리면서 ‘탈중동’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해상 물동 증가로 이어지며 한국 조선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3.1% 오른 배럴당 105.07달러,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3.11% 오른 배럴당 95.8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거래일간 브렌트유와 WTI의 상승 폭은 각각 16.25%, 14.31%에 달했다.

전쟁 발발 이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WTI 유가는 기존 60달러대에서 80~11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고, 유럽과 아시아 LNG 가격 지표 역시 각각 30~4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공급 차질이 곧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공급망 불안정성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 리스크가 두드러졌다.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 주요 해상 경로가 동시에 병목 지점으로 지목되며 에너지 수송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공급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미국산 LNG다. 이미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수요국은 미국과의 장기 계약을 확대해 왔으며, 향후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약 1억3000만톤 규모의 LNG 생산능력을 추가할 계획으로, 글로벌 최대 공급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캐나다와 베네수엘라 등 비중동 지역의 중질유 공급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최근 몇 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대체 공급원으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변화는 단순한 공급선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운송 경로 자체를 바꾸며 해상 물동량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존 ‘중동·아시아’ 중심의 단거리 운송이 ‘북미·아시아’ 장거리 운송으로 전환되면서 운송 거리, 즉 ‘톤-마일(ton-mile)’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예컨대 한국으로 들어오는 LNG의 경우 기존 중동 경로는 약 5000~6000해리 수준이었지만, 미국 걸프만에서 출발할 경우 최대 1만5800해리에 달한다.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더라도 1만해리를 넘는다. 이는 운송 거리가 2~3배 늘어나는 것으로, 선박 수요 확대와 운임 상승을 동시에 유발하는 구조다.

LNG 수출 확대는 LNG 운반선 발주 증가로 직결되고, 비중동 원유 수출 확대는 탱커선 수요를 자극한다. 기존에도 노후 선박 교체, IMO 환경 규제 강화, 예상보다 견조한 해상 물동량 등으로 조선업 호황이 이어졌지만, 여기에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수요가 추가되는 셈이다.

권범석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일련의 사태는 관련 국가에게 단순한 가격 충격이 아닌 에너지 안보 경각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대안은 미국산 LNG 및 중동 이외 지역의 중질유 수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국내 조선사의 수혜가 장기화될 가능성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게다가 한국 증시에서 조선은 반도체와 함께 이익 증가에서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26년은 한국 증시에서 단연 반도체의 증익이 주목받고 있지만, 2027년 조선 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반도체를 상회한다”며 “반도체가 AI 수요로 성장한다면, 조선은 ‘에너지 안보 부상 및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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