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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손모빌 로고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부 생산 차질과 시설 피해를 입었지만, 반대 급부로 유가 급등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탈중동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BP는 나미비아 해상 유전 지분을 확보했고, 토탈에너지는 튀르키예와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우드 매켄지는 이들 주요 기업이 향후 탐사 사업을 통해 약 1200억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며 석유 확보 경쟁을 촉발했다. 일부 서방 석유 기업들은 중동 내 생산 차질과 인프라 피해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동시에 유가 급등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기업들은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과거 비용 문제로 포기했던 신규 유전 개발에 다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주 환원을 이유로 축소됐던 탐사 투자가 다시 확대되는 전환점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전 셰브런 임원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인 에드워드 차우는 “탐사 사업에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유인이 있다”며 “지금은 이를 실행할 자금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최근 업계와의 회의에서 공급 부족에 대비해 생산 확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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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의 셰브론 주유소 [AFP] |
현재 미국 유가는 배럴당 약 88달러로, 전쟁 이전 60달러대 중반 대비 크게 상승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소식에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재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며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고유가를 활용해 생산을 늘리는 한편, 대규모 신규 투자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대 이후까지 이어질 수익 기반 확보도 주요 과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봉쇄 리스크가 구조적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 중동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 엑손모빌은 전쟁 여파로 1분기 생산량이 6% 감소했으며, 카타르 가스 시설 피해로 연간 약 5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복구에는 최대 5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방 석유 기업들은 당분간 페르시아만(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만)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려면 약 3000억배럴의 신규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엑손모빌, 셰브런, 로열 더치 쉘, BP, 토탈에너지는 아프리카, 남미, 동지중해 지역에서 신규 유전 개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엑손모빌은 그리스 해상 시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라크, 튀르키예, 가봉과도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심해 탐사를 진행 중이다.
셰브런은 탐사 조직을 확대하고 530억달러 규모로 헤스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올해 전 세계 해상 개발에 약 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집트와 멕시코만에서도 탐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리스와 리비아에서도 신규 사업권을 확보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자산 교환을 통해 중질유 생산 지역 지분을 확대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제도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슈라이너 파커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고유가는 탐사의 가장 큰 동력”이라며 “페르시아만 원유에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게 되고, 이는 기업들을 새로운 지역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